완연한 회복세를 유지하던 미국 고용시장에 ‘이상기온’이 감지됐다.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 수가 전달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1977년 이후 가장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 일시적으로 고용시장이 악화된 것인지, 구직 포기자가 늘어난 구조적 요인 때문인지 시장도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10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 수는 7만4000명을 기록했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에는 24만1000명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혼란에 빠졌다. 지난해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3.6% 늘어나는 등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를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믿음에서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규 일자리 수가 비정상적으로 줄어든 것은 이례적으로 추운 겨울 날씨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 노동부는 추운 날씨 탓에 27만3000명이 일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건설업의 신규 일자리 수는 전달에 비해 1만6000명이나 줄어들었다. 지난 8일 민간 조사업체인 ADP가 발표한 21만5000개의 신규 일자리 수는 건설업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건설업 외에 다른 분야의 일자리 수도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제조업은 9000명을 추가로 고용하는 데 그쳤다. 7만4000명의 신규 일자리 수 중 5만5000명은 유통업체가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말연시 쇼핑시즌을 맞아 일시적으로 고용을 늘렸기 때문이다.

실업률은 11월 7.0%에서 6.7%로 뚝 떨어졌지만 이는 구직 포기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만 35만명이 고용시장을 빠져나갔다. 지난해 12월 고용지표가 악화된 것이 구조적인 원인 때문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고용시장 참여율은 62.8%로 1년 전에 비해 0.8%포인트 줄어들었다. 1978년 1월 이후 최저치다. 인구 대비 고용률은 58.6%로 1년 전과 그대로였다.

‘U3’로 표기하는 실업률은 고용시장 참여자 수 대비 실업자 수로 계산한다. 만약 분모에 구직 포기자까지 포함할 경우 실질적인 실업률(U6)은 13.1%로 1년 전과 같은 수치다.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의 수는 52만5000명 늘어나 사상 최대인 9180만명을 기록했다.

이날 주식시장은 장 초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악화된 고용지표에 대한 실망과 Fed가 테이퍼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가 뒤섞이면서다. 하지만 12월 고용지표는 통계적 착시현상에 불과할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큰 폭의 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마이클 존스 리버프런트 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750억달러의 양적완화가 여전히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