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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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저성장-3만달러 넘어 4만달러로] 한국서 57만원 핸드백 美선 38만원, 배송료·관세 더해도 '직구'가 더 싸니…
내수 활성화를 위해 ‘직구족’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들이 불황에도 돈을 쓸 의지가 있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이들에게 국내 시장은 지갑을 꺼낼 매력이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직구가 더욱 확대될 때다. 경제 전체로 보면 내수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직구족이 늘어나는 요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이들의 소비를 국내로 불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1) Cheap·싼 가격

국내 소비자들이 직구에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의 해외 온라인 가격을 국내 공식가격과 비교한 결과 가격이 절반 이하인 제품도 있었다. 9일 원·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54만8000원인 트루릴리전 청바지는 미국 노드스트롬에서 246.56달러(약 26만2069원)에 판매되고 있다. 토리버치 로빈슨 미니백은 국내가보다 31.9% 싼 365달러(약 38만7959원)에 살 수 있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구입하면 나이키 아식스 뉴발란스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을 60~8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화장품 브랜드인 메이크업포에버 아쿠아섀도 가격은 한국 판매가의 65%인 20달러(약 2만1258원)다.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2개에 10달러에 판매됐다.

주로 미국 브랜드가 저렴하다. 하지만 삼성전자, 다이슨, 부가부 등 다국적 제품도 미국이 단연 싸다. 삼성전자 32인치 LED TV(UN32EH4003F)는 한국 인터넷 최저가가 51만4990원이다. 아마존에서는 237.99달러(약 25만2960원)에 살 수 있다. 다이슨 무선 청소기(DC 35)도 국내 공식가격이 59만8000원이지만, 아마존에서는 절반도 안 되는 263달러(약 27만9543원)에 판매한다. 황정미 대한상공회의소 유통산업정책실 과장은 “미국은 전 세계 대표시장이기 때문에 글로벌 브랜드들도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게 책정한다”며 “유통단계에서 경쟁이 치열한 것이 소매가격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뿐 아니다. 최근 국내 소비자가 직구를 하기 시작한 유럽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네스프레소 아르페지오 캡슐 커피는 개당 900원이다. 하지만 네스프레소 독일 온라인몰에서 구입하면 43.7% 저렴한 0.35유로(약 506원)다.

(2) Various·다양한 상품

상품이 다양한 것 역시 직구를 선호하는 이유다. 우선 한국에는 출시되지 않은 브랜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한국에 이미 진출한 브랜드라 하더라도 국내에서 살 수 없는 제품도 많다. 예컨대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즐겨 신었던 신발로 알려진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의 경우 ‘ME421BB1’ ‘M481V3’ 등 운동화 일부 제품은 한국 매장에서 살 수 없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의 기호가 점차 다양해지면서 남들과는 다른 제품을 쓰길 원하는 것도 직구가 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3) Reliable·정품이라는 믿음

위조 제품(짝퉁) 구입에 대한 걱정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도 직구의 매력이다. 한국에서는 일단 유행하기 시작하면 각종 짝퉁 제품이 판을 친다. 유명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에서 짝퉁을 병행수입 제품으로 속여 판매하다 적발된 일도 적지 않다.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 ‘캐나다구스’가 유행하자 짝퉁 제품이 잇따라 나왔다. 이런 분위기 탓에 정품인데도 병행수입 제품에 대한 신뢰가 낮은 편이다.

(4) Easy·손쉬운 주문

주문도 쉽다. 한국에서 직구가 늘어나자 건강기능식품 온라인몰 아이허브 등은 한국 신용카드 결제를 허용하고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으로의 배송이 어려운 경우에는 몰테일 위메프박스 등 배송대행 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등록된 배송대행 업체만 252개에 달한다. 이들 업체가 운영하는 현지 물류창고 주소로 배송을 신청하면 업체들이 제품 무게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한국으로 상품을 보내준다. 구입부터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대신해주는 구매대행 업체도 1000여개가 등록돼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