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CP) 시장에서 우정사업본부의 빈자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2년 이후 30조원을 넘어선 관련 상품 투자잔액을 계속 줄이면서 급격한 금리 상승 등의 파장이 일고 있어서다.
5일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A1’ CP 평균 금리는 지난주 연 2.82%를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초 2.72%에서 한 달 만에 0.10%포인트나 뛰었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CP 가격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A2’ CP 금리도 연 3.35%로 0.10%포인트 상승했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금리가 급등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CP 관련 규제를 강화한 탓도 있지만 한때 국내 CP 전체 수요의 80%를 차지했던 우본이 감사원 지적 등을 의식해 비중을 축소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특정감사 보고서를 내 우본의 고위험 고수익 CP 투자 쏠림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말 기준 우체국 예금 전체 운용자산의 47%에 이르는 30조3000억원어치가 CP 관련 상품에 투자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본의 CP 비중 축소가 예상보다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CP 금리가 계속 오를 경우 그동안 CP를 대규모로 사들인 뒤 특정금전신탁 상품으로 만들어 팔아온 증권사들이 CP를 제값에 되팔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