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립국악원의 공연은 국악을 공부한 관객들만 즐겨왔는데 그래선 곤란합니다. 일반 대중들의 가슴을 울리는 작품을 만들어 레퍼토리로 쌓아나가겠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국악원의 첫 여성 수장이 된 김해숙 신임 원장(60·사진)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악의 대중화’를 국악원의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그는 2일부터 제18대 국립국악원장직을 맡아 2년간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 등 4개 예술단체가 있는 국악원을 이끌어 간다.

김 원장은 국립국악고, 서울대 음대 및 동대학원에서 가야금을 전공했으며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로 일했다. 2005년부터 2년간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실장을 지내 국악원의 내부 사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국악원 63년 역사상 첫 여성 원장이 된 소감을 물었다. “주위에서 여성이란 점을 주목하시는데 전 여성이어서 특별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섬세하고 꼼꼼하다는 점은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여성이든 남성이든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것보단 제가 고등학교부터 박사과정까지 국가 세금으로 공부한 사람입니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이렇게 제 능력을 돌려줄 수 있게 돼 기쁩니다.”

그는 지금껏 전통예술의 원형을 보존하는 데 주안점을 뒀던 국립국악원을 대중의 품으로 돌려놓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전통은 박물관에 있는 게 아닙니다. 물론 원형을 잃지 않기 위해 지키는 노력도 필요하죠. 그렇지만 오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야 내일의 전통이 된다고 생각해요. 원형은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현대사회에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동안 국립국악원은 낮은 관람료를 유지해왔다. 공공 예술기관이란 점과 대중의 관심이 낮다는 게 이유였다. 국악원 내부에선 관람료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연 관람료가 낮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관람료를 올리려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을 내놓는 게 먼저 아닐까요. 국악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나서 고민해도 늦지 않습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