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 특파원
김태완 특파원
80세를 훌쩍 넘긴 노학자의 입은 거침이 없었다. 중국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 국가주석은 물론 중국인이 신처럼 떠받드는 마오쩌둥도 그에게는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었다. 마오위스 톈저(天則)경제연구소 명예이사장(85)은 인터뷰 내내 중국 정부가 강도 높은 개혁을 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또 중국이 목표로 한 2020년 샤오캉(小康) 사회(의식주가 풍족한 사회)로 가려면 무엇보다 특권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중국 경제가 7.5% 이상의 안정적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부동산 거품과 은행의 악성 부채 문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자세한 정황은 알 수 없지만 김정은이 분명히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가장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경제학자’라는 그를 베이징 톈안먼에서 가까운 시청구 자택에서 지난해 12월 말 만났다.

▷시진핑 리커창 체제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나.

“시 주석이 말한 것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개혁의 방향이 어떻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렵다. 그러나 그가 기꺼이 개혁을 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시 주석의 나이는 비교적 젊다. 그가 성과가 없는 변변치 않은 지도자가 되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 1년간 경제 성장은 둔화되지 않았다.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본다. 정치개혁도 성과는 있다. 그러나 깊은 개혁은 하지 않는다. 세계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버렸지만 중국은 아직도 이를 따르고 있다.”

▷시 주석은 반부패에 개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실 과거 3중전회에서도 반부패가 화두였다. 물론 효과가 없었고 더 부패해지는 결과만 낳았다. 그러나 이번엔 반부패가 과거와 달리 효과가 있다고 느낀다. 지금 시장에서는 부패와 관련 있는 고급 소비는 크게 줄었다. 중국의 반부패는 정쟁이 될 수 있다. 내 쪽의 관원은 부패해도 조사하지 않고 다른 편 사람만 잡아들이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를 심판하고 많은 고위급 관료를 낙마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부패 혐의로 처벌받은 사람이 모두 확실한 부패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과거 장쩌민 전 주석이 천시퉁 전 베이징시장을 잡아들였을 때 그의 부패 금액은 크지 않았다. 반부패는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

▷18기3중전회에서 많은 개혁 방안이 나왔다. 무엇이 가장 시급하고 가장 어려운 개혁은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것은 사법 개혁이다. 이 부분은 진전이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예를 들어 사법부 위에 군림하는 공산당의 정법위는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정법위는 중앙뿐 아니라 각 성과 현 등에 모두 존재한다. 기능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법 위에 있다. 가장 어려운 것은 국유기업 개혁이다. 국유기업은 강력한 이익 집단이다. 외관상 기업이지만 실제는 정부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고치기 어렵다. 이번 3중전회에서도 국유기업 개혁 방안에 대한 내용이 가장 적고 변화도 별로 없다.”

▷중국 사회가 정치개혁 없는 경제개혁을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최근에 ‘강한 법이 곧 경제 번영’이라는 문구를 봤다. 사법, 법률체계를 잘 만들어야 경제도 번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법률이 잘못되면 경제는 번영할 수 없다. 그래서 정치와 경제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

▷올해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별다른 위험이 불거지지 않으면 올해 7.5% 이상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지금 중국의 거시경제에는 두 가지 위험이 있다. 하나는 부동산 거품이고 다른 하나는 은행의 악성 부채이다. 이 두 문제는 앞으로 1~2년 내에 폭발할 수 있다. 이 문제는 피할 수도 없고 막을 대책도 없다. 예를 들어 부동산 거품이 꺼지지 않으려면 비어있는 집에 사람들이 다 들어가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럴 방법이 없다.”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나.

“국영기업은 해외에서도 매우 강력하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손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반면 민영기업들은 지금 해외 투자의 초기 단계에 있다. 그들은 비교적 경쟁력이 강하고 잘할 것으로 보이지만 곧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문제에 부딪힐 것이다. 아프리카든 유럽이든 중국 기업들은 아직 외국에서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

▷최근 ‘중국 사회에 공통된 가치관이 결여돼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것을 봤다. 중국에는 지금 어떤 가치관이 필요한가.


“나는 중국에 정직하고 소박한 가치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은 바로 자유 평등 민주 인권 법제 등이다. 중국은 조만간 이 길로 가게 될 것이다. 지금은 잠시 곤란한 상황이지만 이후에는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다.”

▷지난해 12월26일이 마오쩌둥 탄생 120주년이었다. 지금 중국인에게 마오는 어떤 의미인가.

“현재 중국 내에서 마오를 둘러싼 대립은 꽤 심각하다. 그를 옹호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이것은 중국 특유의 현상이다. 이런 대립이 일어나는 이유는 첫째, 마오 옹호자는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TV를 보니 일본이 난징대학살로 30만명을 죽였다고 한다. 마오는 4000만명을 죽인 사람이다. 일반인은 난징대학살은 다 안다. 그러나 마오가 난징대학살로 죽은 사람의 130배나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둘째, 국민은 수입이 너무 적어 사회가 불공평하다고 본다. 그런데 마오는 그들에게 공평을 가져다 준 인물이다. 그래서 그를 지지한다. 셋째, 중국은 여전히 마르크스 이론에 빠져있다. 다른 국가에서는 마르크스 이론이 배척당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시진핑 정부는 2020년에 샤오캉 사회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이미 돈 버는 문제를 해결했다. 세계에서 이렇게 빠른 속도로 수입이 증가한 나라는 없다. 그러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소득 분배다. 소득 격차가 발생한 이유는 시장이 아니라 특권 때문이다. 시장이 만든 격차는 좋은 점도 있다. 만일 차이가 없다면 사회는 생기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특권이 만들어낸 이 격차는 사회에 아주 유해하다.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간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은 모두 애국자다. 그러나 국민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양국 지도자들은 국민의 경제적 손실을 통해 애국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이것은 국민에게 좋지 않은 일이지만 지도자에게는 이익이 된다. 나는 중·일 양쪽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방공식별구역 설정도 불필요한 일이었다. 본래 없어도 되는데 억지로 만들어 긴장을 격화시켰다. 이게 바로 국민을 희생시켜서 애국의 목적을 달성한 사례다. 시 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모두 국민의 희생을 통해 애국을 달성한다. 최악은 국민도 이런 방법에 동조하는 것이다. 국민은 자기의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최근 북한에서 개방파인 2인자 장성택이 숙청됐다. 북한의 상황을 어떻게 보나.

“내막은 알 수 없다. 그러나 큰 방향에서 보면 북한의 젊은 지도자의 행태는 마오쩌둥과 비슷하지만 그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마오는 확실히 위대한 사람이고 똑똑하다. 경륜도 있어서 중국을 수십년간 통치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런 조건들을 갖추지 못했다. 그는 마오를 본받고 싶어도 그럴 능력이 없다. 김정은은 아마 지금 큰 위험에 처해 있을 것이다. 장성택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장성택을 죽였으니 그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만일 이들까지 숙청하려 한다면 반드시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김정은이 매우 위태롭다고 생각한다.”

▷중국 정부는 북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라고 보나.

“중국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북한의 안정이다. 만일 북한에서 큰 혼란이 발생한다면 일본 미국은 물론 한국도 좋지 않다. 그래서 나는 중국 정부가 북한의 정치적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생각한다.”

■ 마오위스는 40대후반 경제학 공부…철도기술자 출신의 中 대표적 反체제 학자

중국 자유주의 경제학파의 태두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공산당과 정부는 물론 마오쩌둥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하는 반체제 학자로도 유명하다. 시장 민주 인권 자유 평등 등이 그의 일관된 관심사다. 그의 좌우명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유를 준다’이다.

1929년생인 그는 상하이교통대를 졸업하고 철도 기술자로 일하다가 40대 후반인 1970년대 말부터 경제학을 공부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1985년 사회과학원에 들어가면서 정식으로 경제학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1993년 동료들과 함께 민간경제연구소인 톈저경제연구소를 설립해 초대 소장을 맡았다. 톈저경제연구소는 경제는 물론 정치 사회 환경 에너지 등 사회 각 분야를 폭넓게 연구해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비정부기구(NGO)다.

그는 반체제 운동으로 유명하다. 2004년 톈안먼 사건을 반혁명 폭동으로 규정한 중국 정부에 입장을 바꾸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2011년에는 ‘마오쩌둥을 인간으로 되돌리자’는 글을 발표하고 마오를 비판, 좌파들로부터 수차례 테러 위협을 받기도 했다.

85세의 고령에도 그는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고 웨이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그를 따르는 웨이보 팔로어가 186만명이 넘는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