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 가속도…'돈줄죄기' 규모가 변수
올해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맑음’이다. 지난해 소비, 고용, 주택, 제조업 등 대부분의 경기 지표가 빠르지는 않지만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올해에는 이 같은 회복세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나갈지,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변수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건 고용시장 동향이다. Fed가 최근 통화정책을 결정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고용 극대화는 물가 안정과 함께 Fed의 양대 정책목표 중 하나다.
2012년 9월 Fed가 매달 850억달러어치의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채권(MBS)을 사들이는 3차 양적완화를 시작한 이후 미국 고용시장은 꾸준히 개선돼 왔다. 2012년 8월 8.1%이던 실업률이 지난해 11월에는 7.0%까지 떨어졌다. 최근 들어 매달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 수도 20만개를 넘어섰다.
고용시장 회복세는 Fed가 지난달 17~18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1월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배경이 됐다. 따라서 회복세가 빠르면 빠를수록 테이퍼링의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이럴 경우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기업과 가계의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용시장 개선과 주가 상승 등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두둑해지면서 소비 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한다. 지난달 미시간대가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5개월 만에 최고치인 82.5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앞으로의 경기를 낙관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다.
주택경기도 2012년 바닥을 친 뒤 꾸준히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테이퍼링의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회복세가 꺾일 수도 있다. Fed는 그동안 매달 400억달러의 MBS를 사들이면서 모기지 금리를 낮게 유지해왔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는 매입규모를 350억달러로 줄이기로 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 경제가 올해 2.6%, 2.9% 성장할 것으로 각각 전망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 중국
성장·구조조정 동시 추진…7.5% 성장은 무난
올해 중국 경제는 지난해(7.6~7.7%로 추정)와 마찬가지로 7.5%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구조조정에 치중하느라 성장률을 희생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민생 안정을 위해 ‘합리적인 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올해 경제정책 기조로 온중구진(穩中求進)과 개혁창신(改革創新)을 제시했다. 안정적인 성장과 구조조정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중국 증권일보는 중국 정부가 올해도 신중한 통화정책과 적극적 재정정책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통화 팽창 압력이 지난해보다 더 높을 수 있어 물가상승률 억제 목표치는 지난해 3.5%에 비해 조금 높은 4%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마땅히 거시경제의 둔화 압력을 고려해야 한다”며 “재정적자율을 높이고 감세를 추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대외 여건은 지난해보다 훨씬 좋아질 전망이다. 중국의 최대 수출지역인 유럽과 미국 경제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중국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올해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7.5%로 제시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기관들이 제시한 성장률도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는 7.5% 안팎으로 수렴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해온 노무라증권은 내년 중국 경제의 성장률 예측치를 6.9%로 제시했다. 이 증권사는 부동산 거품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사회기간시설(인프라) 투자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또 일부 기업의 부도 우려 등으로 과잉생산 등에 대한 구조적 개혁도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로이터통신과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7.4%, 국가정보센터는 7.5%로 성장률을 예측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품 붕괴 △지방정부 부채 위기 △그림자금융 등 금융시장의 불안 △기업의 채무 부실 등을 중국 경제의 4대 위기요인으로 꼽았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다면 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
● 유럽
커지는 디플레 우려…회복이냐 침체냐 '기로'
2014년 유럽 경제는 4년간 이어진 재정위기를 타개하고 회복국면을 맞을지, 아니면 다시 침체에 빠질지의 기로에 설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부터 경제성장률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낙관론이 퍼졌지만, 물가하락이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다시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많은 전문가들은 유럽 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돈맥경화’를 꼽는다. 자금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 수는 여전히 줄고 있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돈을 쓰지 않고 있다. 결국 물가가 계속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돈줄이 막힌 건 은행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거품 때 무리하게 돈을 빌려줬다가 부실대출이 쌓인 탓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은행연합’이다. 은행연합은 EU가 역내 은행들을 통합 관리하고 부실은행을 정리하며 궁극적으로는 상호 예금보장을 하는 단계까지를 말한다. 내년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이 역내 은행들의 건전성을 심사하고 부실은행을 정리하게 된다. 이 작업이 빨리 이뤄질수록 은행도 빨리 살아나고 덩달아 기업들도 회복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요소는 ECB가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을지 여부다. 물가가 점점 떨어지는 데다 유로 환율이 점점 올라가면서 시장에선 추가적인 양적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3월께 ECB가 LTRO(저금리장기대출프로그램) 형식의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상황에서 ECB가 돈을 풀 경우 유럽 증시에는 큰 호재가 될 수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 일본
소비세 올라 '내수 위축'…1%대 저성장 전망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최대 악재로는 ‘소비세 인상’이 꼽힌다. 오는 4월부터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오르면서 내수 경기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진단이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로 지난해 성장률 추정치(2.6%)의 절반 수준이다. 시장의 전망은 일본 정부보다 더 비관적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가 민간 애널리스트 4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0.8%로 집계됐다. 인상된 소비세가 적용되는 올해 2분기(4~6월)가 고비다. 정부와 민간 모두 2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예상한다. 3분기 이후 얼마나 빨리 체력을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일본의 재정부담이 갈수록 늘어나 경기부양책을 쓸 여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걱정거리다. 일본의 올해 국채발행액은 180조엔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10조엔가량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차환 발행 수요가 급증한 것이 국채발행액을 늘린 주요인이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발발 이후 발행한 5년물 국채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찍어낸 2~3년물 채권의 만기가 내년에 집중된다. 이로 인해 내년도 신규 국채 발행액은 올해와 똑같은 42조9000억엔 수준이지만 만기가 돌아온 채권을 갚기 위한 ‘차환채’의 발행 규모는 112조엔에서 120조엔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금융완화정책의 부작용을 언제까지 감내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로 엔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본의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17개월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