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이번에 수상하게 된 쿠라야 민자발전 프로젝트는 단순히 건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창출로 해외 건설산업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았다. 기존 EPC(설계·구매·시공) 사업에서 벗어나 운영까지 참여해 신성장 동력 창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2011년 국내 건설업체로는 처음으로 해외 민자발전 프로젝트인 사우디 쿠라야 가스복합화력을 수주해 EPC를 수행하고 있다. 쿠라야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4GW 발전용량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공사 비용만 21억달러(약 2조2415억원)에 이른다. 이 발전소가 완성되면 사우디 전체 전력의 7%를 공급하게 된다. 삼성물산은 쿠라야 발전소 지분 17.5%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20년간 전력 판매를 통해 운영수익을 얻게 된다. 이를 통해 디벨로퍼(개발자) 겸 글로벌 EPC 업체로 위치를 확고히 다지게 됐다.
삼성물산은 쿠라야 민자발전의 성공적인 수주와 수행을 바탕으로 사우디에서 민자발전 프로젝트인 ‘라빅2 복합화력 발전’의 EPC 계약을 앞두고 있다. 삼성물산은 라빅2 프로젝트에서도 개발자 겸 EPC 수행, 관리·운영 업체로 참여할 예정이다. 또 터키에서도 ‘키리칼레 민자발전’ 프로젝트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금융 조달이 종료되는 내년 초 본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물산은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원자력 발전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판란드 원자력발전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 밖에 캐나다 온타리오 풍력과 태양광 발전단지 건설사업에 참여해 신재생에너지 플랜트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금융위기로 경쟁사들이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도 글로벌 업체와의 EPC 역량 간극을 좁히기 위해 선진업체와의 제휴에도 적극 나섰다. 2011년에는 글로벌 발전 엔지니어링 전문 업체인 미국의 S&L사와 5년간 전략적 제휴를 맺고 다양한 발전플랜트 엔지니어링 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프로젝트 기획에서 제안, 파이낸싱, EPC, 관리·운영 등 종합 역량을 요구하는 민자발전 등 발전플랜트가 삼성물산의 주요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 "설계·시공·운영 등 모든 분야 역량 강화"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은 “신성장동력 분야에서의 성과와 글로벌 건설사와의 전략적 협업, 글로벌 고객과의 파트너십이 어우러지면서 올 들어 120억달러가 넘는 해외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번 한경 해외건설 대상은 글로벌 건설사로 힘찬 도약을 이뤄내고 있는 삼성물산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성장 비결을 취임 이후 지난 3년간 추진해온 끊임없는 혁신에서 찾았다. 그는 “건설업의 개념을 단순한 건물 신축에서 벗어나 가치사슬을 전방위로 확대해 글로벌 고객에게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확장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물산은 사전 타당성조사를 비롯해 설계와 구매·시공·운영관리 등 가치사슬 전반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모든 분야의 역량을 강화해가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58억달러 규모의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지난 3년간 꾸준히 역량을 확보했던 마이닝 연계 패키지 프로젝트의 첫 성과를 기록했다. 민자발전(IPP) 분야에서도 12억달러 규모의 ‘라빅2 프로젝트’를 수주해 경쟁력을 보여줬다. 21억달러에 달하는 ‘메트로 프로젝트’와 7억달러짜리 ‘도하 메트로 프로젝트’도 글로벌 건설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과 고객을 보다 철저히 연구하고 학습하며 더불어 질 좋은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자리 잡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은, 민자발전·자원 개발 성과…올 해외 수주 100억弗 돌파
삼성물산이 그동한 집중한 신성장 동력의 성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와 해외시장 과당 경쟁을 넘어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하기 위해 추진 중인 민자발전(IPP)과 자원 연계 인프라 및 헬스케어 사업에서 잇따라 성과를 올리고 있어서다.
삼성물산은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1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역대 최고 수주 실적을 기록 중이다. 국내 건설사 중 연간 해외 수주 100억달러를 넘어선 곳은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두 곳뿐이었다.
시공과 운영까지 맡는 IPP는 새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삼성물산은 28억5000만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가스복합발전소’를 시공 중이다. 올해 초에는 58억달러에 달하는 호주 로이힐 철광석 광산 관련 플랜트와 철도·항만 인프라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도 수주했다.
병원 건립 기획부터 시공과 운영까지 포괄하는 헬스케어 사업도 성과가 기대된다. 지난해 터키 정부가 발주한 대규모 병원을 건립하는 민간투자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계약을 앞두고 있다. 터키 수도 앙카라 인근 가지안테프에 삼성 서울병원의 3배에 달하는 초대형 병원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선진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 화력발전소를 비롯한 교통 인프라 등 다양한 프로젝트 수주에 도전 중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