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미국에서는 경영학의 최전선에 있는 거의 모든 경영학자가 피터 드러커의 책을 읽지 않는다.”

[책마을] 현대 경영학자들은 '경영학의 아버지'를 거부한다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드러커는 흔히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하지만 《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의 저자는 대부분 학자들이 드러커의 책을 읽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성과란 거기에 실패를 허용할 여지가 있어야 한다”와 같은 드러커의 명언에 감명을 받았다면서도 “그의 말이 ‘명언’이기는 해도 ‘과학’은 아니다”고 선을 긋는다.

사람들은 대개 경영학자들이 드러커의 책을 읽고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론’을 공부하고 미국이나 유럽의 비즈니스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취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저자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경영학과 세계의 경영학자가 발전시키고 있는 경영학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경영학의 최일선에 서 있는 젊은 학자가 지금 이 순간 세계 경영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는 ‘최신 지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은 경영학에 대해 ‘사회과학으로 발돋움하려는 발전 단계의 학문’이라고 말한다. 개인이나 집단의 의사결정을 분석하는 경영학은 물리학이나 화학처럼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들기 어렵다. 하지만 경영학자들은 경영학을 사회과학으로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최신 경영학 지식을 소개하는 데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가령 포터가 1980년 발표한 ‘경쟁전략론’은 ‘지속적 경쟁우위’를 기업의 목적으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선 경쟁사와의 경쟁을 피하는 방어적 전략이 중요하다. 하지만 위긴스, 루프리 등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에는 경쟁우위를 지속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선 되레 공격적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논의되는 내용이란 설명이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서로 누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아는 ‘분산기억’, 기업이 혁신의 정체를 피할 수 있도록 지식 탐색과 심화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양손잡이 경영’ 등도 소개하고 있다.

책은 경영학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이론편중 현상에 따른 이론의 난립 △재미있는 이론에 대한 집착 △평균에 입각한 통계 방법 등을 꼽는다. 저자는 “대가들이 기존 연구 방법에 만족하지 못하고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며 “경영학은 아직 어린 학문인 만큼 10년 뒤에는 지금과 전혀 다른 신기원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