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주가 이란 핵협상 타결 소식에 들썩이고 있다. 중동 지역 안정으로 해외 발주 여건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이 침체에 빠진 건설업황을 확 일으켜 세우기는 힘들 뿐 아니라 개별기업의 재무와 실적 리크스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코스피 건설업종지수는 1.99% 뛰었다. 한 때 3%대 상승세를 기록하다 장 후반 상승폭이 줄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전 업종 가운데서는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다.

종목별로 대림산업(0.96%), 현대건설(1.99%), 벽산건설(14.92%), 남광토건(15.00%), 금호산업(5.36%), GS건설(3.70%) 등이 강세였다. 인수합병(M&A) 이슈에 급등한 종목도 있지만 '이란 특수' 기대감이 이날 건설업종 상승의 주요 배경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은 평화적 목적의 농축 우라늄 생산을 제외한 이란의 핵 활동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도 일부 완화된다.

업계에선 에너지시설 공사 발주 시장이 넓어질 것이란 낙관론이 나온다. 이란은 석유 매장량 세계 4위 국가다.

특히 대림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다. 2009년 대림산업은 이란에서 페트로파스 프로젝트와 LNG U&J등의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수주잔액은 각각 1029억원, 1169억원이다. 현재 이 공사들은 중단되거나 연장된 상태다. 국내 건설업체 대부분 핵 이슈로 2000년대 후반 이란에서 수주가 끊겼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 제재가 해제되면 대림산업은 중기적인 수혜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 타결을 대형 호재로 해석하기엔 무리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란 에너지 시설 투자가 재개되더라도 리비아의 경우처럼 경제제재 완화효과가 일부 선진국에 편중될 수 있다"며 "이번 소식이 국내 건설업체 미칠 단기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로선 새로운 해외 수주 실적을 올리는 것보다 남아있는 수주잔고를 처리하는 것이 국내 건설업계의 당면 과제"라며 "또 발주 시장 중심은 중동·아프리카에서 국내업체의 경쟁력이 낮은 북미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또 "건설업계가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는 만큼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른 후 재무 및 실적 리스크 탓에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