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48년만에…현대건설 1천억弗 수주 '금자탑'
현대건설이 해외 건설시장 누적 수주액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1965년 태국 도로공사를 따내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한 지 48년여 만이다.

해외진출 48년만에…현대건설 1천억弗 수주 '금자탑'
이 회사는 최근 14억달러 규모의 중남미 지역 국가의 정유공장 1단계 공사를 따내 해외 수주 누계액이 1010억527만달러(약 107조원)를 기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는 국내 건설업계 누적 해외 수주액 5970억달러의 약 17%에 해당한다. 누적 수주액 2위인 대우건설의 485억달러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많다.

현대건설의 해외 수주 1000억달러 돌파의 원동력은 남다른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이다. 48년 전 국내 공사 경험도 변변치 않은 여건에서 과감하게 추진한 해외 진출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해보긴 해봤어?”로 요약되는 도전정신이 없었으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한민국 건설사의 해외 진출 시대를 연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도로는 사실 현대건설도 처음 맡은 고속도로 공사였다. 현대건설은 아스팔트 콘크리트(아스콘) 생산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낡은 장비로 공사를 벌이며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전동식 롤러와 컴프레서, 믹서기 등 장비를 직접 고안하고 비에 젖은 골재를 건조기 대신 철판에 굽는 기지를 발휘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현대건설의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은 1974년 제1차 오일쇼크(석유파동)로 국내 경제가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됐다. 1976년 ‘20세기 최대 역사(役事)’라 불린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산업항 건설공사 수주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당시 사우디 건설시장은 다른 해외시장과 마찬가지로 선진국의 독무대였다. 10개사만 초청, 진행한 주베일산업항 입찰은 특히 더했다. 일본 건설사조차 끼지 못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건설은 세계적인 건설사를 누르고 공사를 낙찰받았다. 주베일산업항의 계약금액인 9억3000만달러 가운데 선수금으로 받은 2억달러는 당시 한국은행 외환보유액인 2000만달러의 10배에 달했다.

현대건설은 해외 수주 1000억달러 달성 대기록의 근간이 ‘도전과 개척’이라는 현대의 정신이라면,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1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홀로서기를 해오다 2011년 현대차그룹에 편입됐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다양한 사업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2011년 말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발전소 증설 공사를 수주해 아프리카 건설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2년에는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등 중남미 시장을 개척했다.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저가 수주를 지양하고 원가 절감 노력을 지속적으로 벌여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2012년 해외 수주 105억3000만달러 및 연간 매출 10조원 이상을 달성했으며 올 들어서도 건설사들의 ‘어닝쇼크’ 와중에서도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