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시큰둥하다. 미국 증시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동안 코스피 지수는 2000선도 버거워 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코스피 지수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연초 대비 수익률 차이는 25% 수준으로 벌어졌다. 두 지수간의 수익률 차이는 지난 2001년 이후 16% 수준을 넘은 적이 없다. 극단적인 '비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에 상당한 영향을 받았던 국내 증시의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측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나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신흥국 자금 이탈 현상, 다른 하나는 국내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 개선세다.

박동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비교해보면 현재 두 지수 간의 수익률 차이는 극단적인 수준"이라며 "국내 수급 공백과 기업 실적 상승동력(모멘텀)의 부재가 차이를 더 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면서 환율 변동성을 자극하는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박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일본의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보이면서 달러 환율에 민감한 투자자들의 자금이 신흥국에서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안정될 때까지 이 같은 자금 이탈은 지속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내적인 측면에서 기업 실적 부진과 신성장 동력 부재도 두 지수간의 차이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의 비동조화가 진행되면서 신흥국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됐다"며 "반면 미국으로 대표되는 선진국은 강력한 경기부양정책이 있었고, 신재생 에너지나 인터넷 기업 등의 신성장동력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국내 증시는 개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임 여구원은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브랜드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고,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4분기 이후 실적 개선이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속도는 다소 느릴 수 있지만 수익률 차이를 점차 줄여가는 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