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기업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 법안(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신 위원장은 엊그제 중소기업 단체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 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과 근로자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으면 본인이 나서서라도 입법을 막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당연하고도 옳은 결정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고용비용 증가, 인력난 심화 등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환노위 전체적으로 입법을 보류하겠다는 합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국의 근로시간이 긴 것은 맞다.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2010년 2193시간으로 세계 1위였고, 2012년엔 2092시간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멕시코(2317시간), 칠레(2102시간)에 이어 3위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2011년 기준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34개국 중 28위, 1인당 노동생산성은 23위다. 일은 오래 하지만 생산성은 낮은 현실은 평일 주간에는 건성으로 일하고, 남은 일감을 야간이나 휴일로 돌려 처리하는 근로 관행과 관련성이 깊다. 휴일 근로 임금은 법적으로는 평일의 1.5~2.5배지만 실제로는 3~3.5배까지 올라간다. 임금을 더 받기 위해 일을 더 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다.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도 줄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근로시간만 줄고 임금은 그대로 될 게 뻔하다. 실제 노조에선 근로시간 축소에 찬성하면서 임금은 손대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경총과 중기중앙회 공동조사에서 전국 기업의 82.4%가 근로시간 단축 법안에 반대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정규직 근로자들이 기득권을 버리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재택근무 같은 유연근로제 등이 다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치권은 각종 법안을 쏟아낼 뿐, 정작 전제조건은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정부 대책도 별로 다르지 않다. 인기영합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진정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