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 시한 열흘 앞으로 다가왔는데…장병완 "부자감세 철회 등 없으면 예산안 동의 않겠다"
내년 예산안 국회 심사가 여야 간 정쟁이슈에 밀려나면서 올해도 법적 시한(12월2일) 내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국회는 2002년 이후 11년 연속 법적시한을 넘겼다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더구나 민주당은 부자감세 철회를 내세우며 정부의 세법 개정안 대폭 수정을 예산안과 연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연내 예산안 처리도 과거 어느 때보다 불투명해졌다.

여기에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매듭을 짓기는커녕 갈수록 극한 대치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헌정 사상 초유의 ‘한국판 셧다운(준예산 편성)’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는 민주당 등 야당이 정홍원 국무총리 등을 상대로 경제 현안보다는 대선 불법개입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예산안 처리 시한 열흘 앞으로 다가왔는데…장병완 "부자감세 철회 등 없으면 예산안 동의 않겠다"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처리시한은 12월2일로 10일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예산안 국회 심사의 첫 단계인 각 상임위원회 심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부→예결위 소위 심의→예결위 전체회의 심의→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게 된다.

예결특위 관계자는 “통상 상임위 예비심사에 1주일, 예결위 심사에만 15~20일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적시한을 지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헌법은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해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10월2일)까지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30일 전(12월2일)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여야가 심사테이블에 앉더라도 ‘산 넘어 산’이란 점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내용에 양측의 이견이 워낙 커 연내 처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영·유아 보육사업을 비롯한 복지 분야 예산을 대거 늘리는 대신 창조경제 시행을 위한 이른바 ‘박근혜표 예산’을 삭감키로 하는 ‘2014년 예산안 심사전략’을 발표했었다.

이런 가운데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사진)은 부자 감세 철회 없이는 연내 예산안 처리가 불가하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장 의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 예산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기재부가 부자 감세 철회 등 제대로 된 재원대책을 가져오지 않으면 절대 예산안 처리에 동의해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증세에 부정적인 정부와 여당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격돌을 예고한다.

이 같은 민주당의 강경한 입장을 접한 기재부 쪽에서는 준예산 편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준예산은 국회 의결이 있을 때까지 헌법·법률에 따라 설치된 기관의 유지·운영, 법률상 지출의무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등을 위한 경비만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과거에 한 번도 편성된 적이 없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준예산 편성이 한 번도 현실화된 적이 없어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이 같은 사태가 현실화되면 당장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10만여명의 공공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날아간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