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철 밟는 한국…국가 빚 한도 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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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재정포럼 토론회
"재정 감시는커녕 예산안 정쟁 수단으로 이용
복지 늘리자면서 증세는 안된다는 정치권 문제
성장률 낮을때만 GDP 3%내 투자예산 편성을"
"재정 감시는커녕 예산안 정쟁 수단으로 이용
복지 늘리자면서 증세는 안된다는 정치권 문제
성장률 낮을때만 GDP 3%내 투자예산 편성을"
“한국의 국가부채 추이는 1990년 이후 국가부채가 급격히 늘어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부 교수)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할 공직자들은 제 목소리를 못 내고, 국회는 재정활동 감시는커녕 예산안을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
전직 경제관료와 재정 전문가들은 20일 건전재정포럼이 주최한 ‘국가 부도위기 막으려면 엄격한 재정준칙 빨리 법제화하라’ 토론회에서 국가부채 증가로 인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조속한 재정준칙 도입을 촉구했다. 재정준칙이란 국가지출과 재정수지 등의 한도를 법으로 정해두고 국가부채를 관리하는 일종의 ‘재정 마지노선’이다.
○일본보다 취약한 구조
첫 발제자로 나선 김용하 교수는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경고했다. 노인 인구 증가와 정치권의 포퓰리즘 때문에 복지 지출이 늘고, 이로 인해 국가 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이 1990년대의 일본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복지지출 증가율은 1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표를 의식한 여당은 증세를 안 하겠다고 하고, 야당은 복지지출을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이 정치적 합의를 하게 될 경우 결국 국가부채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율이 1990년 10.5%에서 2011년 22.3%로 급격히 늘었지만 같은 기간 증세는 없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얼마 전 일본 정부는 국가부채로 인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증세를 결정했다”며 “한국 정부도 증세를 논의하거나 엄격한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계민 한국산업개발연구원 고문(전 한국경제신문 주필)도 “일본은 국가부채가 GDP의 200%에 달해도 국채의 95%가량을 자국민이 보유하고 있어서 급격한 자본 유출로 인한 국가 부도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그러나 한국은 (일본보다) 국가부채 문제에 취약한 구조여서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준칙 5계명 제시
강봉균 대표는 이날 국가부채 문제 해소를 위한 ‘재정준칙 5계명’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매년 세입세출 예산이 균형을 이루도록(관리재정수지 기준) 하고,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우에만 GDP의 3% 범위 안에서 투자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영국이나 유로존 국가들이 도입하고 있는 재정건전성 원칙과도 맥이 닿아 있는 것이다. 강 대표는 이어 “미국이 예산통제법상의 국가부채 한도를 정하는 것처럼 대통령 5년 임기 동안 국가부채 증가한도를 설정해 이를 지켜야 한다”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5개년 재정운영계획을 국회에서 심의 의결하는 형식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준칙 5계명은 이 밖에도 △페이고(Paygo·새로운 의무 지출예산을 도입할 때 상응하는 세입 대책이나 다른 의무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 제도 도입 △공공기금 부채한도 국회 승인 △국영기업과 지방공기업 재정 수지 균형 준수 의무화 등의 원칙을 담고 있다.
복지지출에 대한 재정준칙 설정 방안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안병우 한반도발전연구원 이사장(전 국무조정실장)은 “복지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선택적 복지부터 시작해 이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편 복지로 가는 재정 준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할 공직자들은 제 목소리를 못 내고, 국회는 재정활동 감시는커녕 예산안을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
전직 경제관료와 재정 전문가들은 20일 건전재정포럼이 주최한 ‘국가 부도위기 막으려면 엄격한 재정준칙 빨리 법제화하라’ 토론회에서 국가부채 증가로 인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조속한 재정준칙 도입을 촉구했다. 재정준칙이란 국가지출과 재정수지 등의 한도를 법으로 정해두고 국가부채를 관리하는 일종의 ‘재정 마지노선’이다.
○일본보다 취약한 구조
첫 발제자로 나선 김용하 교수는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경고했다. 노인 인구 증가와 정치권의 포퓰리즘 때문에 복지 지출이 늘고, 이로 인해 국가 부채가 급증하는 상황이 1990년대의 일본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복지지출 증가율은 1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표를 의식한 여당은 증세를 안 하겠다고 하고, 야당은 복지지출을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이 정치적 합의를 하게 될 경우 결국 국가부채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율이 1990년 10.5%에서 2011년 22.3%로 급격히 늘었지만 같은 기간 증세는 없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얼마 전 일본 정부는 국가부채로 인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증세를 결정했다”며 “한국 정부도 증세를 논의하거나 엄격한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계민 한국산업개발연구원 고문(전 한국경제신문 주필)도 “일본은 국가부채가 GDP의 200%에 달해도 국채의 95%가량을 자국민이 보유하고 있어서 급격한 자본 유출로 인한 국가 부도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그러나 한국은 (일본보다) 국가부채 문제에 취약한 구조여서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준칙 5계명 제시
강봉균 대표는 이날 국가부채 문제 해소를 위한 ‘재정준칙 5계명’을 제시했다. 그는 우선 “매년 세입세출 예산이 균형을 이루도록(관리재정수지 기준) 하고,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우에만 GDP의 3% 범위 안에서 투자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영국이나 유로존 국가들이 도입하고 있는 재정건전성 원칙과도 맥이 닿아 있는 것이다. 강 대표는 이어 “미국이 예산통제법상의 국가부채 한도를 정하는 것처럼 대통령 5년 임기 동안 국가부채 증가한도를 설정해 이를 지켜야 한다”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5개년 재정운영계획을 국회에서 심의 의결하는 형식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준칙 5계명은 이 밖에도 △페이고(Paygo·새로운 의무 지출예산을 도입할 때 상응하는 세입 대책이나 다른 의무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 제도 도입 △공공기금 부채한도 국회 승인 △국영기업과 지방공기업 재정 수지 균형 준수 의무화 등의 원칙을 담고 있다.
복지지출에 대한 재정준칙 설정 방안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안병우 한반도발전연구원 이사장(전 국무조정실장)은 “복지 제도를 도입할 때에는 선택적 복지부터 시작해 이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편 복지로 가는 재정 준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