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불씨' 되살리는 사랑의 소방수

직장인 나눔 실천, 월급 만원의 기부
(2) 부산시소방본부의 선행

화재 피해자 위해 월급 기부…2357명 2억5071만원 모아

화재피해를 당해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돕는 기부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부산시소방본부 소방대원들이 19일 부산 연산동 소방본부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지난 5월14일 부산 부산진구 당감동 최모씨(58) 집에 화마가 덮쳤다. 느닷없는 화재로 천장과 벽체는 물론 가재도구 하나 건질 틈도 없이 집이 시커멓게 타버렸다. 한 달에 80만원 정도를 벌어 세 식구가 근근이 살아가는 기초수급자인 최씨 가족에 닥친 절망은 그러나 새로운 희망으로 이어졌다. 부산시소방본부 소방관들의 ‘기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 뒤 불탄 집을 개조하고, 주거공간을 쾌적하게 복구했다. 그동안 소방관들이 월급에서 한 푼 두 푼 모은 돈, 1880만원의 ‘119 안전기금’을 투입해 ‘119 행복하우스’를 탄생시켜 피해주민에게 희망을 준 것이다.

소방관들의 선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최씨 집의 가파른 3층 계단에 난간을 추가로 설치했고,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도 마련해줬다. 최원근 부산시소방본부 화재조사주무관은 “매일 참혹한 화재 현장을 마주하는 소방관들은 화재로 인한 처참한 피해와 상처를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을 합쳐 기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이 화재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을 돕는 기부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어려운 이웃의 ‘희망 불씨’를 되살리는 사랑의 소방수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부산시 소방본부는 지난해 3월부터 직장인 나눔 캠페인의 일환으로 ‘119 안전기금’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동성 부산시 소방본부장이 갑작스러운 화재로 삶의 터전과 건강을 잃어버린 이웃을 돕기 위해 나눔활동을 하자고 제안했고, 직원들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2006년부터 화재피해주민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혜택을 받기가 쉽지 않아 직원들이 별도로 기금을 적립해 화재 피해자들을 도우면 좋겠다는 평소의 바람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현재 전 직원의 92.3%에 해당하는 2357명이 매달 월급 일부를 기부해 기금을 모으고 있다. 한 명당 1~5계좌(2000~1만원)까지 후원해 이날 현재까지 2억5071만원이 모였다. 이 본부장은 “마음만 아파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과 자금을 마련하자는 뜻을 소방대원들이 실천에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금은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이장호)에 기탁해 운영하고 있다. 소방본부는 이렇게 모아진 기금으로 집 전체가 불에 타서 생활터전을 잃어버린 모녀가정, 무허가 주택에 불이 나 갈 곳이 없어진 가정 등 형편이 딱한 25가구에 화재피해복구로 5330만원을 지원했다.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사회취약계층 2006가구에 7942만원어치의 소화기와 화재감지기를 전달했다. 내국인뿐 아니라 지난해 5월 부산진구 서면 노래주점 화재로 숨진 3명의 스리랑카인 현지 유가족에 1인당 200만원씩 전달하기도 했다.

< “사랑의 온도 높여주세요” >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을 세우고 ‘희망 2014 나눔캠페인’ 출범식을 개최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이런 훈훈한 사연이 알려지자 유통업체와 봉사단들도 힘을 보탰다. 부산롯데백화점 4개 지점이 매달 220만원씩 880만원을 보내는 등 현재까지 1억3420만원을 지원했고 자원봉사단(의용소방대) 1809명도 1776만원을 보탰다.

문주관 부산시소방본부 계장(화재조사담당)은 “처음에는 남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실제 나눔활동을 해보니 적은 돈이지만 모으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며 “많은 시민들이 나눔실천에 동참해 밝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부 상담 및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중앙회(02-6262-3085)와 시·도 지회(080-890-1212)로 하면 된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