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훈 전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회장(사진)이 사모펀드(PEF) 업무에서 손을 뗀다. 성과 내기가 녹록지 않은 PEF 시장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지난달 키스톤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작년 5월 PEF 운용사를 설립한 지 1년5개월 만이다. 이 전 회장은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다”며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퇴진 배경을 놓고 일부에선 ‘한국은행 총재’ 중용설이 다시 흘러나온다.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의 대부(代父)로 통하는 그는 동문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집중 조명을 받아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대한투자신탁 사장, 우리은행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 금융권 경력이 화려하다.
IB업계에선 “정치적 해석보다는 키스톤이 사실상 와해된 것으로 보는 게 맞다”는 평이 많다. 이 전 회장과 함께 키스톤 설립을 주도했던 김정한 대표, 신동기 부사장도 회사를 그만두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키스톤은 지난해 5월부터 한국토지신탁, 예성저축은행, 리딩투자은행 등의 인수를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예성저축은행과 리딩투자은행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연기금, 공제회 등 펀드 투자자(LP)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PEF는 투자자 돈으로 운용하는 만큼 많은 자본금이 필요하지 않은 업종이다. 최근 금융권 유명 인사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화려한 인맥’을 무기삼아 잇달아 뛰어드는 배경이다. 하지만 제대로 수익을 내는 곳은 많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키스톤을 포함해 최근 설립된 PEF 운용사 대부분은 투자 활동을 하기 위한 첫 관문인 PEF 등록조차 하지 못했다”며 “전문적인 경험 없이는 PEF를 제대로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