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잇따라 터진 품질 문제와 관련해 강도 높은 문책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차 연구개발(R&D) 부문을 총괄하는 고위 임원 3명을 동시에 경질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발생한 리콜 등 품질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사장)과 김용칠 설계담당 부사장, 김상기 전자기술센터장(전무) 등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사표를 수리했다고 11일 발표했다. 권 사장의 후임으로 박정길 전무(현 바디기술센터장)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임명했다. 박 부사장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바디기술센터장에는 김헌수 상무(현 설계개선실장)를, 전자기술센터장에는 박동일 이사(현 전자설계실장)를 상무로 올려 임명했다.

권 사장은 현대캐피코·현대오트론에서 R&D를 총괄하다 작년 10월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현대차 남양연구소의 R&D 부문을 총괄해왔다. 김용칠 부사장과 김상기 전무는 권 사장을 도와 현대차 R&D를 주도해왔다.

현대차그룹이 R&D 부문 고위 임원을 한꺼번에 경질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룹 관계자는 “권 사장 등이 낸 사표를 수리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경질로 보면 된다”며 “최근 연이어 터진 품질 문제와 관련해 정몽구 회장이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실시한 문책 인사”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는 지난 4월 미국에서 브레이크등과 에어백 결함으로 13개 차종, 187만대의 리콜을 실시했다. 지난 8월에도 차량 서스펜션 부식 문제가 발견되면서 쏘나타, 그랜저 등 24만대를 리콜했다. 최근 브레이크액 결함이 발생한 제네시스 2만대에 대해서도 리콜 결정을 내렸다. 국내에서는 물이 새는 싼타페 등에 대한 품질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