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발표한 정기국회 중점처리 법안을 보면 서로 입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 법안이라며 15개를, 민주당은 민생살리기 최우선 법안이라고 41개를 선정 발표했으나 타협이 가능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여야의 입장이 다를 수 있고, 그런 견해차를 조정하는 게 정치라고도 하겠지만 동상이몽도 이미 정도를 넘었다고 할 만하다. 남은 정기국회가 벌써부터 뻔해진다.

거창하게 민생을 앞세운 민주당의 법안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을의 눈물을 닦아준다는 대리점거래 공정화법,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노동시간 단축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등은 전형적인 규제법이다. 하나같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설사 극히 제한적으로 도입하더라도 사회적 논의가 한참 더 필요한 법들이다.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직접 겨냥한 법인세법, 소득세법은 기업투자 확대를 외면한 반시장 규제법이라고 불러도 될 만하다. 한결같이 부자 대 서민의 양극화 프레임에 갇힌 갈등 증폭법 아니면 서민경제 파괴법들이다.

어제는 뜬금없이 대선 관련 특별검사 도입을 제안해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법안처리 협조를 위해 찾아가겠다는 정홍원 총리의 면담요청까지 거절했다. 의원들은 국회는 팽개친 채 우르르 대검을 항의 방문했다. 도무지 앞뒤가 맞질 않아 이해가 안 된다. 민생을 위한다며 반(反)민생법만 골라 리스트를 만들더니 재판중인 현안에 특검을 하자며 매달린다. 야권연대를 위해 국회와 국민경제를 볼모 삼는, 실로 꼬리가 개를 흔드는 고약한 상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왜 정치를 한다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