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감원 감사자리 포기…왜?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를 검사하고 감독하는 곳이다. 그런데 정작 금감원 내부를 통제해야 할 감사는 박수원 전 감사가 지난 7월11일 퇴임한 뒤 넉 달째 공석이다.

금감원은 1999년 설립 이후 모두 7명의 감사를 맞았다. 노훈건 연원영 강기원 이종구 방영민 문재우 씨 등 1~6대 감사는 옛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금감원 등에서 온 경제관료 출신이다. 외부 출신으로는 감사원 제2사무차장을 지낸 박 전 감사가 유일하다.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금감원 감사는 연봉이 2억7500만원으로 수석부원장(2억7300만원)보다 많은 데다 업무 부담도 크지 않아 ‘꽃보직’으로 통한다. 감사로 3년 일하면 기관장이나 금융 관련 협회장을 노려볼 수 있다. 그동안 관료들이 이 자리를 거의 독식한 배경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에도 1급 한 명을 박 전 감사 후임으로 보낼 생각이었다. 감사원에 한 차례 빼앗겼던 자리를 되찾는다는 의도였다. 인사 적체를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A씨가 내정됐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그런데 동양그룹 사태를 겪으면서 기류가 확 달라졌다. 금융위 핵심 관계자는 “우리(금융위) 출신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금융위가 ‘뜻’을 접은 이유는 무엇일까. 감사원이 이르면 다음달 시작할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특별감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양그룹 사태의 정책적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감사원 특별감사를 받아야 할 처지인 금융위가 금감원 감사 자리를 ‘상납’ 또는 ‘양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과 굳이 경쟁할 필요는 없지 않나”고 말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는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 금융당국의 정책적 판단과 결정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감사원에 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이어 금융소비자원이 금감원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국회 국정감사 답변에서 “공익감사심의위원회에서 결론이 나야 한다”며 “(심의 결과 감사가 결정되면) 보통 특별감사로 실시한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