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5일 오후 4시8분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인수전이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번 민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삼정KPMG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대 30여건으로 추정되는 인수 회계자문 계약 중 벌써 13건이나 따내는 등 ‘인수전 파생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까닭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정KPMG는 경남은행,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우리F&I, 우리파이낸셜 등 우리금융 계열 인수전에서 모두 13건의 회계실사를 따냈다. 특히 삼정KPMG는 각 인수전에서 유력 후보들의 자문을 다수 확보하면서 인수 성공보수까지 챙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우선 삼정KPMG는 우리투자증권 인수 유력 후보인 KB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의 자문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경남은행 인수전의 경우 DGB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을 수주했고 광주은행 인수전에선 J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을 잡았다. 우리F&I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 중 KB금융지주, 한앤컴퍼니, IMM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우리파이낸셜 인수후보인 KT캐피탈과도 회계자문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대항할 만한 곳은 10건을 수주한 EY한영이다. EY한영은 우리투자증권 인수후보자 중 파인스트리트를 잡았고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인수전에선 BS금융의 회계자문을 맡았다. 우리F&I 인수전의 경우 한국증권금융, BS금융, 대신증권, 나무코프 등 4곳이 EY한영을 선택했다.

삼정KPMG의 독주, EY한영의 추격으로 집약되는 ‘1강 1중’ 구도는 진작부터 예고된 일이다. 대형 매물 실사가 가능한 4대 회계법인 중 삼일PwC는 매각 쪽 자문을 맡고 있고, 딜로이트안진은 우리금융그룹의 외부감사인인 탓에 인수자문에서 아예 배제됐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에서 두 회계법인은 ‘차이니즈 월’의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삼정KPMG가 주요 회계자문을 싹쓸이하다시피 하자 일각에선 ‘수수료 덤핑’ 논란도 흘러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정KPMG가 KB와 NH를 잡기 위해 3분의 1 수준의 수수료를 제시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