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서울·진주시의 '燈축제 갈등 봉합'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제5회 서울등(燈)축제’가 개막된 지난 1일. 서울시는 오후 5시20분께 ‘서울등축제, 진주남강 유등축제와 상생협력 합의’라는 제목의 예정에 없던 보도자료를 냈다. 진주시가 서울등축제 중단 요구를 철회하고, 두 축제 간 공동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내용이었다.

진주시는 당초 이날 ‘결사대’를 조직해 서울등축제 중단을 위한 강경 투쟁에 돌입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서울시가 등축제 명칭과 주제 등을 진주남강 유등축제와 차별화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면서 극적인 합의에 성공한 것이다.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됐던 서울시와 진주시 간 등축제 갈등은 간신히 파국을 면했다.

등축제를 둘러싸고 수개월 동안 계속된 이번 갈등은 정작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양측이 자존심 대결만 벌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두 도시는 그동안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진주시는 “서울등축제는 진주남강 유등축제를 베낀 짝퉁 등축제”라고 폄하했고, 서울시는 “진주시장이 행패에 가까운 행위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첨예한 갈등으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다. 지방자치단체 맏형 격인 서울시는 지방의 대표적인 고유 축제를 해당 지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벤치마킹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진주시도 갈등 과정에서 서울시 공무원들에 대한 인신공격을 일삼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한 정치적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막판 합의는 이뤘지만, 양측은 자신들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합의에도 불구하고 두 도시가 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 서울등축제의 명칭이나 차별화 내용이 전혀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도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서울시와 진주시의 진정한 상생협력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이번 등축제 논란을 계기로 다른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열고 있는 지역 축제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축제를 구조조정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