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도약은 변신의 기회
서구경제학 '창조적 파괴' 대상
“아시아 경제공동체가 현실이 되려면 유럽연합(EU)의 경험을 배워야 한다” (제임스 카포라소 미 워싱턴대 교수)
미국, EU와 함께 글로벌 경제의 한 축인 아시아 경제권. 이를 하나로 묶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했다. 1일 인천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열린 ‘2013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에서다. 아시아경제공동체재단(이사장 이영선)이 매년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아시아 공동체 : 이슈와 해법’이라는 주제로 이틀간 여정을 시작했다.
◆‘하나의 아시아’ 한걸음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은 올해로 다섯 번째다. 일본과 중국 사이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나 한국이 아시아 경제통합의 구심지가 되자는 취지로 2009년 첫발을 뗐다. 박제훈 포럼 사무총장(인천대 교수)은 “각국의 경제는 이제 블록화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며 “아시아 경제통합체의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민관 협력을 통해 구체적인 통합 전략을 찾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카포라소 교수는 “EU는 금융위기와 국가부채 문제, 저성장, 낮은 경쟁력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EU라는 틀을 아시아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은 최대한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부터 접근했다”며 “아시아 역시 정치적이고 논쟁적인 주제는 각국에 맡기는 방식으로 통합 논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 갈등 풀자 ‘인천선언’
이어진 ‘포럼 총회’는 아시아 자본주의의 과제를 곱씹는 자리였다. 조지프 브라다 미 신흥경제학회장은 같은 지역권의 소득격차 문제에 주목했다. 그는 “기술이 발전하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개도국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소득불균형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자본주의 발전이 지속되려면 젊은이들에게 동등하고 훌륭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존슨 신경제사고연구소장은 “서구에서 시작된 경제학은 이제 아시아가 도약하면서 변신의 기회를 맞았다”며 “아시아의 역동성을 설명하지 못하는 구세대 경제학은 슘페터가 주장했던 ‘창조적 파괴’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포럼엔 한국경제학회, 조세재정연구원, 산업연구원, 미국비교경제학회, 일본아시학회 등 20여개 국내외 연구단체들이 참여했다. 총 23개 세션에서 81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강행군’이다. 첫날은 포스코경영연구소가 동북아 철강산업의 공급과잉 문제를 발표했다.
2일엔 동북아 지역의 역사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2013 인천선언’이 채택된다. 한·중·일 지도자가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동북아공동체 결성을 통해 북한 문제를 풀어가자는 주장이 담길 전망이다.
인천=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