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자력발전 시장에서 중국 바람이 매섭다. 3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7년부터 미국에서 건설될 예정인 원자로 2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중국 업체가 공급하게 됐다고 전했다. 중국이 선진국에서 건설되는 원전에 자국 부품을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베이징을 방문 중인 어니스트 모니즈 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30일 “양국 간 상호협력 협정에 따라 중국이 미국의 원자로 건설을 위한 부품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140억달러를 들여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2개씩 짓기로 한 이번 원전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미국이 처음 건설하는 원자로다.

일본 도시바에 인수됐지만 미국에 본사가 있는 원자로 설비업체 웨스팅하우스가 2006년 광둥성 등지에 원전을 지으며 중국 업체에 이전한 기술이 밑바탕이 됐다. FT는 “중국이 세계적 원자로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술적 역량을 갖췄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21일에는 영국이 내놓은 원전 건설 계획에 중국 국영 원전기업인 광둥핵발전그룹 등 중국 업체가 30~40% 지분을 갖고 있는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15일에는 중국 업체들이 파키스탄에서 91억달러 규모의 원자로 2기를 수주하기도 했다.

중국이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이 원전 개발을 도외시하는 동안 기술 격차를 따라잡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17일 원자력 발전 기술의 핵심인 제어장치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원전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한국 업체나 국제시장에서 원전을 건설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중국 국내에만 앞으로 20개 이상의 원전이 추가 건설될 예정으로, 중국 원전업체들이 업력이 쌓이면서 곧 유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