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체인 리바트는 지난해 3년 연평균 매출액 4000억원을 기록, 중소기업 매출 상한(연 1500억원)을 초과해 대기업에 진입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매출의 10% 정도를 차지했던 공공 조달시장에 더 이상 참여할 수 없게 된 것. 리바트는 지난해 영업이익(40억원)에 육박하는 공공 조달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위장 중소기업 쏘피체를 설립했다. 쏘피체는 리바트의 공장 및 건물, 시설을 그대로 활용해 가구를 생산하며 2012년 191억원을 공공 조달시장에 납품했다.

정부가 2011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 202개를 지정,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자 일부 대기업이 위장 중소기업을 내세워 공공구매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공공구매 시장 매출 비중은 높은데 시장 참여를 제한해 어쩔 수 없이 고안해 낸 자구책”이라고 호소한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6월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공공구매(조달) 시장’에 참여해온 대기업을 대대적으로 단속, 중소기업을 내세워 공공 조달시장에 진입한 업체 36개사를 적발했다. 대상(식품가공)과 한샘·리바트(이상 가구), 금성출판사(전산), 네패스(경관조명기구), 다우데이터(소프트웨어 개발)와 레미콘 업체 등 위장 중소업 분야는 다양했다. 이들 36개사가 지난해 중소기업 전용 조달시장에서 수주한 사업만 708억원어치에 달한다.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한 방법은 다양했다. 레미콘을 생산하는 대기업인 쌍용레미콘은 임원이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쌍용레미콘 출신인 김모씨는 충남 논산에 중소기업을 설립했다. 이후 쌍용레미콘으로부터 공장 토지 및 건물, 시설 등을 임대받아 지난해 공공 조달시장에 26억원을 납품했다. 비슷한 방법으로 쌍용레미콘은 전국 7개 위장 중소기업을 통해 71억원어치 제품을 공공 조달시장에 우회적으로 진출했다.

금성출판사는 ‘대기업이 지분 30% 이상 보유하거나 대기업 대표가 임원을 겸임하는 중소기업은 경쟁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는 규정을 위반했다. 이 회사가 지분 49.6%를 갖고 있는 푸르넷닷컴은 작년 지방자치단체와 초·중학교가 발주한 온라인 교육사업에 11억원어치를 납품했다.

중견기업들은 중소기업에서 벗어나면 규제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차라리 중소기업으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항변한다. 앞으로 대기업과 유사한 경쟁력을 갖춘 분할기업 등 위장 중소기업은 공공조달시장에서 즉각 퇴출하기로 했지만 규모가 커져 중소기업을 막 벗어난 기업에 타격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법인세율 차등(대기업 22%, 중소기업 10%), 특별세액 감면(20~30%), 중소기업 대출의무비율 제도, 공공기관 입찰 우대 등 160여 가지의 혜택을 받는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