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30대 그룹 사장단의 투자간담회가 엊그제 열렸다. 산업부가 지난 4월에 이어 기업투자 확대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예외없이 장관을 중앙으로 해서 사장들이 촘촘하게 도열한 단체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CEO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고 한다. 대통령부터 부처 실무자들까지 경제살리기를 외치고 투자를 늘리자고 하지만, 정작 규제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공장건축 허가 규제를 풀어달라’, ‘고용 형태를 이렇게 규제하는 나라가 또 어디 있나’, ‘부동산 투기 때 만들어진 산업단지법과 외국인투자법의 개정이 절실하다’는 등의 건의와 요구가 이어졌다.

정부가 번드르르한 행사를 만들어 바쁜 CEO들을 불러모아도 산업계의 해묵은 민원이 접수라도 되는지 알 수 없다.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애로사항만 해도 전경련, 대한상의, 경총 같은 곳에서 기회 있을 때마다 제기하던 이슈들이다. 정부도 분명 이런 규제리스트를 서랍 안에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규제가 풀렸다는 얘기를 듣지 못하는 상황이다. 규제보다 더 고약한 전시행정이다. 민영호텔 하나 세우는 데도 대통령이 주재하는 무역투자진흥회의라는 거창한 행사가 필요하다. 멍석을 깔고 모두가 지켜봐줘야 떡 나눠주듯 한두 건 푸는 악습이다. 무슨 단합대회하듯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드는 식의 판에 박힌 사진을 찍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오죽하면 여당에서조차 “관료들이 퇴임 후를 대비해 자신의 몸값 올리려고 규제를 남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우려까지 제기하는 실정이다. 관료들은 걸핏하면 국회와 정치권을 탓하지만 규제의 대부분은 행정기관들이 쥔 채 전횡하는 게 현실이다. 악마가 숨어있는 행정 디테일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