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 "의료본질 훼손"…정치권서 논란 클 듯
보건복지부가 ‘동네 의원’(1차 의료기관)의 원격진료 등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올해 말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29일 발표했다. 2010년에 이은 두 번째 시도다.
○원격진료 어떻게 하나
원격진료는 의사와 환자가 떨어져 있는 장소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웹캠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이용해 환자의 상태를 진료하고 처방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컨대 당뇨 환자는 첫 진료만 병원에서 받은 뒤 휴대용 혈당측정기를 이용해 주기적으로 직접 혈당을 측정한 뒤 결과를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가까운 동네 의원에 보낸다.
의원 진료실에 있는 의사는 환자정보 시스템을 통해 해당 환자의 진료기록을 확인하고 원격처방과 함께 화상을 통해 적절한 혈당조절 방법을 알려준다.
전문의가 현저히 부족한 산간, 도서지역 만성질환자는 인근 보건진료소에 설치된 원격진료 시스템을 통해 전문의에게 정밀진단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동네 의원에 대해서만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상급 병원은 특수지역 환자 등에게만 제한적으로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시행 시기는 2015년이다.
○의료계 거센 반발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의료의 본질을 훼손하는 문제”라고 반발했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수술 후 재택 환자는 병원급에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어 초진부터 대형병원으로 가겠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도 성명을 내고 “화상채팅에 불과한 모니터 진료와 환자 스스로 혈압·맥박·혈당·체온 등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정도로는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이학적 검사와 수억원대 의료설비를 통한 검사를 대신할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의총은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IT업체·재벌들과 야합해 원격진료 허용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을 강행하면 모든 의사들이 즉각 전면 파업 투쟁에 나설 계획”이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 “계속 늦출 수 없다”
야당인 민주당은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부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의사협회 등 관련 분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법안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정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산업을 발전시키려면 IT를 활용할 수 있는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등 ‘의료 채널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격진료가 도입되면 만성질환자들의 편의도 높아진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복지부는 이달 초 의료계와 협의체를 꾸려 원격진료 허용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의료법 개정안 입법예고가 한 차례 연기됐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입법예고를 계속 늦출 수는 없다”며 “입법 예고 후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법률개정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말 제출할 법안이 내년 6월 이전까지 국회를 통과하면 2015년 7월부터 실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가 시행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