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의 방심?…페테르센 턱밑추격
“미국 LPGA 올해의 선수상 경쟁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후원사가 주최하는 국내 대회에 출전했다.”

박인비(25·KB금융)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KB금융STAR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에 출전하면서 같은 기간 대만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LPGA투어 선라이즈대만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 불참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그러나 박인비의 발에 불똥이 떨어졌다.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25일 선라이즈대만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는 등 3타를 줄여 합계 7언더파 137타로 2위 유선영(27·정관장)에게 5타 앞선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페테르센은 지난주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어 이번 대회 우승 가능성이 높다.

올해 3연속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박인비는 그동안 한국 선수 중 누구도 차지해본 적 없는 ‘올해의 선수상’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박인비는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 290점으로 2위 페테르센(222점)에게 68점차로 앞서고 있다.

하지만 페테르센이 우승할 경우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는 38점 차이로 좁혀진다. 이 대회를 마치면 미즈노클래식, 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 등 3개 대회만 남는다.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위치다.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는 매 대회 우승자에게 30점을 주고 2위 12점, 3위 9점, 4위 7점 등 순차적으로 주어진다. 11위 이하는 포인트가 없다. 메이저대회와 시즌 최종전은 포인트가 2배다.

상금왕 타이틀도 위태롭다. 박인비는 현재 233만5460달러로 2위 페테르센(194만1847달러)에게 39만3613달러 앞서 있다. 이번 대회 우승상금 30만달러를 페테르센이 가져가면 격차는 9만3613달러로 좁혀진다.

박인비가 27주 연속 유지하고 있는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뒤바뀔 수 있다. 박인비는 현재 11.98포인트로 1위지만 페테르센이 11.09포인트로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페테르센이 대만에서 우승한다고 해도 11.32포인트가 돼 박인비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설 수는 없지만 시즌 막판 추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인비는 6월 말 US여자오픈 우승 당시 13.27포인트를 획득, 페테르센에게 무려 7.92포인트 앞섰으나 4개월 만에 추격을 허용한 셈이다.

박인비는 국내에서도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박인비는 이날 인천 영종도 스카이72CC 하늘코스(파72)에서 열린 KB금융STAR챔피언십 이틀째날 2오버파 74타를 기록, 합계 2오버파로 선두 윤슬아(27·파인테크닉스)에게 9타 뒤진 공동 17위에 머물렀다.

박인비는 공식 인터뷰에서 “자꾸 (올해의 선수상 같은) 목표를 설정하면 무엇인가를 잃어버린다”며 “이번에는 목표 설정을 안 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페테르센이 대만에서 선두로 나선 데 대해 “신경은 쓰이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 플레이에만 최선을 다하는 게 최선이다”며 “2등이 되더라도 다음 경기에서 잘하면 1등이 다시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인비는 메이저 3연승 이후 전 세계 언론과 팬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스윙도 약간 변해 코치 겸 약혼자인 남기협 씨와 스윙을 교정중인 데다 퍼팅도 잘 안 돼 퍼터를 계속 교체하는 등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모습이다.

박인비는 “기존에 사용했던 퍼터가 왼쪽으로 자주 미스가 났다”며 “지난주 대회에 퍼터를 바꿔 들고 나왔고 이번 대회에도 다른 것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