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이 발생한 민간투자사업자 대신에 보증을 선 공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을 상대로 채무 상환을 요구하는 대위변제 신청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23일 신보에 따르면 국민은행 등 채권단은 이달 초 마산항 개발사업의 민자시행사가 채무를 상환하지 않자 신보를 상대로 대신 빚을 갚아줄 것을 요구했다. 이는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의해 보증을 선 신보가 대위변제 의무가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은 정부 출연으로 조성된 기금이다. 결국 대위변제가 이뤄지면 민자사업 부실을 국민 돈으로 메워주는 셈이다. 이번에 부실이 발생한 보증액은 약 288억원이다.

채권단이 이처럼 대위변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마산항 개발사업 시행사인 ‘마산아이포트’가 채무불이행 상태여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유동부채는 유동자산을 1284억9700만원 초과했다. 마산항 개발사업 공기가 연장돼 사업비가 늘고, 운영개시 지연에 따라 손실이 커져서다. 채권단에 빌린 돈을 더 이상 갚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상황이 다급해진 마산아이포트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최근 정책금융공사에 자금 지원도 요청했다.

한편 경기 회복 지연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신보가 내주는 대위변제액도 늘고 있다. 2007년 4.1%였던 대위변제율은 올 9월 말 기준 4.8%까지 치솟았다.

신보 관계자는 “대위변제 신청이 접수되기는 1995년 민자사업 도입 이후 처음”이라며 “일단 정부와 상의한 뒤 심사를 거쳐 대위변제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