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증평공장 직원이 갈수록 경량화하는 전자제품의 핵심 소재인 연성동박적층판(FCCL)을 검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증평공장 직원이 갈수록 경량화하는 전자제품의 핵심 소재인 연성동박적층판(FCCL)을 검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서울에서 2시간 떨어진 충북 증평군의 증평산업단지. 국내 1위 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의 정보전자소재 공장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이 회사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연성동박적층판(FCCL) 1호 공장 옆으로 2호 생산라인 신설이 한창이다.

FCCL은 동막(얇은 구리)에 절연액체인 폴리이미드(PI)를 균일하게 바른 후 단단하게 만든 제품이다. 갈수록 얇아지고 경량화하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의 핵심 소재다.

FCCL 1호 공장에 들어서자 공장 직원은 먼지를 막기 위한 방진복을 건넸다. 먼지가 FCCL에 붙으면 제품에 불량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방진복을 입고 내부로 들어서자 양옆으로 PI 용액을 동막에 바르는 80m 라인이 나타났다. 용액을 바르는 코팅 공정이 첫 번째 단계다. 백종국 FCCL 생산팀 팀장은 “PI 용액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며 “이것으로 PI 필름까지 만들어 FCCL 최종 공정까지 일관 생산해 고객사들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FCCL 제조 공정의 핵심은 동막의 코팅 부분을 단단한 PI 필름으로 만드는 데 있다. 적외선 방식으로 경화해 PI필름을 만드는 곳은 국내에선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120m의 거대한 오븐과 같은 구조물 속에서 코팅 제품에 적외선을 쏘아 단단하게 만든다. 균일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쳐 완성된 하나의 FCCL이 만들어진다. 공장 옆에는 900억원가량을 투자해 FCCL 2호기를 짓고 있다. 내년 하반기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하면 연간 총 900만㎡ 규모의 FCCL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FCCL 업계에서 생산 규모로 현재 세계 5위에서 2위로 도약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 73조원 중 FCCL 등 전자소재 부문은 3000억원으로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지속적인 설비 증설을 통해 2020년에는 FCCL 분야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하는 게 목표다. FCCL 1호 공장 직원들의 각오부터 남달라 보였다. 현장 곳곳에는 ‘일진월보(日進月步)’란 문구가 붙어 있다. SK가 새롭게 시작한 사업인 FCCL이 날로 달로 끊임없이 진보 발전하자는 뜻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보전자소재 사업의 신흥 강자로 거듭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 내 양극과 음극을 차단해 합선을 방지하는 핵심 소재인 리튬이온분리막(LiBS) 사업은 2004년 세계 세 번째로 독자 개발에 성공한 후 현재 시장점유율 국내 1위, 세계 3위(19%)를 차지하고 있다. 또 액정표시장치(LCD) 소재로 쓰이는 편광(TAC) 필름은 현재 국내 LCD 제조사의 제품 인증을 앞두고 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