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24일 오전 9시5분
[마켓인사이트] 코스닥 사들이는 '조합'뒤엔 '개인 큰손' 있다
‘개인 큰손’들이 벤처 투자조합(펀드)이나 중소기업 투자조합 등을 활용해 잇따라 코스닥 상장사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조합을 통해 연예기획사인 SM컬처앤콘텐츠(SM C&C)의 전환사채(CB)를 매입했고, 박일 전 차바이오앤디오스텍 대표는 ‘코스닥 큰손’으로 통하는 오완균 씨와 손잡고 디지탈아리아 인수에 나섰다.

증권가에선 개인 큰손의 상당수가 자신의 투자 내역이 외부에 알려지는 걸 꺼리는 만큼 앞으로도 조합을 통한 코스닥 상장기업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기업 오너도 조합 통해 투자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임 회장의 개인회사인 유티씨앤컴퍼니는 오는 31일 발행되는 SM C&C의 CB 40억원을 사들이기로 했다. 증권가에선 임 회장이 한국 연예사업의 발전 가능성과 SM C&C의 성장성에 베팅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앞서 유티씨앤컴퍼니는 산하 조합인 유티씨기업구조조정7호조합과 함께 코스닥 상장 소프트웨어업체인 디지탈아리아도 손에 넣었다가 지난달 지트리1호조합에 100억원에 되팔았다.

임 회장에게서 디지탈아리아의 경영권(지분 32.12%)을 넘겨받은 지트리1호조합도 개인 큰손이 주도하고 있다. 이 조합은 지난 6월 설립된 민법상 조합으로, 당초 네오아레나(옛 티모이앤엠)를 인수하려다 타깃을 디지탈아리아로 바꿨다.

박 전 대표는 “기관투자가들이 아닌 지인들로만 투자자를 구성해 지트리1호 조합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이 조합에는 ‘코스닥 큰손’으로 통하는 오씨 등 박 전 대표의 지인들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컨설팅 및 인수합병(M&A) 자문업체 씨앤비브라더스 대표를 맡고 있는 오씨는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사외이사로 활동했었다.

2011년 네오아레나의 경영권을 인수하며 코스닥 시장에 명함을 내민 디이앤엠1호조합도 ‘개인 큰손’으로 불리는 정인견 대표가 이끌고 있다. 정씨는 지난달 26일 네오아레나의 경영권을 박진환 전 네오위즈 대표에게 넘겼다.

◆이기태 부회장도 조합의 큰손?

지난 10일 씨앤비텍을 인수한 이앤기업성장투자조합1호에도 큰손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삼성전자 ‘애니콜 신화’의 주인공인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금이 투입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 조합은 코스닥 상장사 이지바이오의 계열사인 이앤인베스트먼트가 만들었다. 이앤성장조합은 지난 8월 씨앤비텍 경영진과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맺고 지난달 말 무림캐피탈로부터 씨앤비텍의 워런트(신주인수권)를 장외에서 매입하는 등 씨앤비텍 인수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해 왔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올초 KJ프리텍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다 실패한 이 전 부회장이 이번에는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합을 앞세워 씨앤비텍 인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손양철 이앤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은 “이 전 부회장이 투자했는지에 대해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손 부사장은 지난해 3~7월 당시 KJ프리텍의 주요주주였던 이 전 부회장 측 몫으로 KJ프리텍 비상근 사외이사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