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임' 삼진제약 이성우 사장 "게보린 때문에?…회사 먼저 생각하는 직원들 덕분이죠"
“13년간 사장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은 서로에 대한 믿음 덕분인 것 같습니다.”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68·사진)은 전문경영인으로는 제약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다. 2001년 사장에 취임한 뒤 올해 초 5연임에 성공했다. 2015년 임기를 마치면 햇수로 15년째 사장 자리를 지키는 셈이다.

이 사장은 공동창업자인 조의환 회장과 최승주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삼진제약 설립 초창기인 1974년 입사한 이 사장은 이사(1979년)와 상무(1981년) 전무(1986년) 부사장(1993년)을 거치면서 두 회장과 호흡을 맞춰왔다. 그는 “두 분 회장이 지난 10여년간 딱 한 번 회사 경영에 대해 말씀했던 것 같다”며 “나를 너무 믿어줘 오히려 부담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노사 문제도 ‘서로에 대한 신뢰’로 풀어갔다. 이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노조위원장을 만나 ‘나를 믿고 전권을 달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취임 첫해 노조의 예상을 뛰어넘는 5% 임금인상안을 제시했고, 연말에는 노조에 통보도 하지 않은 채 100%의 상여금을 지급했다.

이후 노조가 사장에게 임금결정권을 위임하는 것도 관례가 됐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상여금 50% 반납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직원들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 이듬해 실적이 좋아지자 임금을 곧바로 8% 올려줬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이 취임할 당시 삼진제약은 진통제 ‘게보린’ 덕분에 이름이 알려진 회사였지만 매출은 450억원대에 불과한 중소기업이었다. 이 사장은 전문의약품 비중을 크게 늘렸다. 그는 “2006년 특허소송을 무릅쓰고 내놓은 항혈전제 ‘플래리스’가 연매출 600억원대 품목으로 성장하면서 회사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삼진제약은 최근 3년간 2000억원 안팎의 매출에 9~1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안정적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정부가 플래리스 약값을 33%나 인하해 타격이 컸지만 올해도 5%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삼진제약은 경기 화성시 향남지구에 있던 중앙연구소를 올해 판교로 이전했다. 이 사장은 “연구소를 판교로 옮긴 것은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국내 우수 대학뿐만 아니라 해외 유학파까지 몰려 연구소장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충북 오송에 원료공장을 새로 지었다. 내년부터 본격화할 의약품 원료 수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사장은 “11월부터 오송 원료공장 생산을 시작한다”며 “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