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천동의 한 지하공장에서 직원들이 스웨터를 만들고 있다. 김낙훈 기자
서울 마천동의 한 지하공장에서 직원들이 스웨터를 만들고 있다. 김낙훈 기자

서울 남동쪽 끝자락인 송파구 마천동의 라도섬유(사장 박금주). 작은 빌딩 지하공장에서 네 사람이 부지런히 스웨터를 만들고 있다. 이 중 세 명은 박 사장과 아내, 딸 등 그의 가족이다.

30여년을 스웨터 생산업에 종사해온 박 사장은 “중국의 인건비 급등으로 주문이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지만 국내에선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보다 주문이 50%가량 늘어 이를 소화하려면 5명은 더 필요하지만 일손을 구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라도섬유 같은 스웨터 니트업체들이 이 부근에만 약 100개가 몰려 있다. ‘거여·마천 니트단지’다.

이흥호 거여·마천니트협동조합 이사장은 “이 지역은 1970년대와 1980년대만 해도 약 600개 니트업체와 1000개의 협력업체 등 1600여개 업체가 있던 니트산업의 메카였지만 중국 베트남 등으로 물량이 빠져나가면서 지금은 니트업체 100여개와 부자재를 비롯한 협력업체 200여개 등 300여개 영세 업체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대부분은 지하나 허름한 건물 2층 100~132㎡(약 30~40평)의 작은 공장에서 서너 명을 데리고 일하고 있다. 게다가 사장과 직원 대부분은 50~60대다.

이 이사장은 “업종에 따라 상황이 조금씩 다르지만 올 들어 겨울용 스웨터 주문이 평균 20~30%가량 늘었다”며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난이다.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보수도 낮다 보니 젊은이는커녕 퇴직자도 좀처럼 이 지역으로 오지 않는다. 직원들의 급여는 잔업을 포함해 월 150만~200만원 선이다. 이곳에 있는 D사의 L사장은 “몇 년 전 불법체류 외국인을 썼다가 적발돼 벌금을 문 적이 있다”며 “영세업체들이 새터민이나 다문화가족 등을 쓸 수 있도록 정부가 연결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니트산업은 도시형 업종인 데다 고용효과가 큰 분야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 건립 문제도 관심사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니트 관련 업체를 경영해오다 재창업을 준비 중인 박재문 이열R&D 회장은 “업체들이 인력난을 겪는 것은 월급이 적은 것도 원인이지만 작업환경이 나쁜 게 더 큰 요인”이라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하면 입주하려는 업체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웨터는 얼마든지 고급화할 수 있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품목”이라고 덧붙였다.

각종 검사비도 부담이다. 이흥호 이사장은 “똑같은 염색공장에서 만들어진 원단을 사다가 스웨터를 만드는데 완제품 업체마다 산성도(pH 농도) 등 공산품 안전과 관련된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염색업체에 대해서만 공산품 안전검사를 하고 합격한 제품만 출고토록 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들 기업인과 최근 간담회를 연 김문겸 중소기업옴부즈만은 “안전 인증과 관련한 중복검사 방지와 체계적인 섬유인력 양성 등을 관련 부처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