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 회장이 지난 19일 동부제철 당진공장에서 임원회의를 하고 있다. 동부 제공
김준기 동부 회장이 지난 19일 동부제철 당진공장에서 임원회의를 하고 있다. 동부 제공
“기업가정신 발휘로 새 사업에 투자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부채 비율이 높아진 것에 불과하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사진)이 직접 나서 ‘동부 위기설’을 일축했다. 위기설의 중심에 선 동부제철 당진공장을 지난 19일 찾아 임원회의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뒤숭숭한 회사 안팎의 분위기를 수습하고 임직원을 독려하기 위해 김 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재계에서 드물게 계속 활동 중인 창업 1세대다. 그는 1년에 한두 번 기념사 수준의 발언만 외부에 전해질 뿐 인터뷰 등에 좀체 나서지 않는 ‘은둔의 경영인’이었다.

◆동부제철 찾아 ‘기설 진화’

동부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외부에서 동부제철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며 “기업은 겉으로 드러난 수치 외에도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중요한데,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동부는 동양과 차입 구조부터 다르다”고 강조했다. 동부제철의 차입금은 1·2금융권 여신이 76%, 회사채 24%로 이뤄져 있으며 기업어음(CP)은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동부제철 부채 비율이 270%라 높다고 하지만 새 사업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내년 열연사업 실적이 개선되면 부채 비율은 210% 선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기 회장 정면돌파] 김준기 회장 "동부제철 새 사업…부채비율 일시적 높아진 것"
동부제철은 2009년 연산 300만t 규모의 전기로를 만든 뒤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고로(용광로)는 철광석을 녹여 철을 만드는 반면 전기를 쓰는 전기로는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든다.

김 회장은 이와 관련, “전기로는 기업가로서 반드시 성공해야 할 국가적 과업”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스코 같은 고로 회사의 시장지배력 때문에 전기로의 진가가 알려지지 않아 오해와 우려가 있다”며 “철광석과 석탄 같은 자원이 없는 한국의 철강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전기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전기로 방식이 철강 생산의 70%를 점하고 있다는 게 동부 측 설명이다.

김 회장은 이어 “한국엔 자원이 없는 만큼 ‘고철을 원료로 철강을 만든다’는 꿈을 반드시 현실화시킬 것”이라며 “세계 제일의 전기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자긍심을 갖고 도전해 나가자”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당진부두 등 자산 매각에 속도

동부에 대한 시장 우려의 핵심은 이익에 비해 차입금이 많지 않느냐는 것이다. 동부제철과 건설, 하이텍 등 계열사들의 작년 말 기준 총차입금은 6조2517억원으로 작년에도 1357억원 늘었다. 2009년 이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관련, 그룹 고위 관계자는 “창업 이래 한 번도 어려움이 없었던 적이 없고, 그러나 그런 가운데 계속 성장해 왔다”고 말했다.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은 2009년 전기로 건설에 1조500억원을 투자한 뒤 순차입금이 2009년 말 1조6000억원에서 2010년 말 2조1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연간 이자만 매년 2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공급 과잉으로 철강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3년째 적자를 보고 있다. 2011년 2169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11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회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전년보다 세 배 많은 24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며 “3000억원대로 추정되는 당진부두를 팔아 차입금을 줄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동부건설은 2011년부터 당기순손실을 내고 있는 상태다. 회사 측은 올 상반기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1000억원가량 쌓았으며 서울 동자동 오피스빌딩, 동부익스프레스 등의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동자동 빌딩의 경우 칸서스자산운용과 조만간 매매계약을 맺을 계획으로, 이렇게 되면 2800억원가량이 유입된다. 동부익스프레스도 이달 초 큐캐피탈파트너스와 1700억원 안팎에 팔기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렇게 4500억원을 확보하면 충분히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