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순매수 新기록…그런데 먹을게 없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17일 증시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다만 이미 예상된 결과여서인지 상승 폭은 기대와 달리 미미했다. 외국인이 35일째 주식을 사들이며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증시 거래대금이 갈수록 줄어드는 등 체감되는 증시 분위기는 썰렁하기만 하다.

○외국인 ‘신기록’에도 지수는 정체

밤사이 미국 상원이 예산안과 부채한도 증액안에 합의해 뉴욕 증시가 1% 넘게 급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피지수는 개장과 동시에 2052.44로 치솟으며 화답했다. 하지만 이내 뒷걸음질치기 시작했고, 상승폭 상당 부분을 반납한 뒤 전날보다 6.00포인트(0.29%) 오른 2040.61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이날도 2932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로써 외국인은 35일간 모두 12조1332억원을 순매수해 연속 순매수 기간과 금액 모두 신기록을 달성했다.

미국 재정과 관련된 불확실성 해소가 대세 상승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날 분위기는 차분했다. 주 초반 기대감이 미리 반영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 탓이란 분석이다. 거래대금도 전날 4조5000억원에서 4조8000억원대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대형주 상승에 소외된 ‘개미’

박스권 돌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느끼는 증시 체감온도는 훨씬 낮다.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몇몇 대형주 주가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으로 구성된 대형주 지수는 3.22% 올랐지만 중형주 지수와 소형주 지수는 각각 2.93%, 3.01% 하락했다.

종목별 수익률도 크게 차이 난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SK하이닉스는 11.74% 올랐지만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인 LG디스플레이는 6.36% 하락했다. 비슷한 업종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선택하는 종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자동차업종 내에서도 외국인이 사들인 현대차는 강세를 이어가는 반면 개인이 선택한 기아차는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김지성 노무라증권 리서치헤드는 “외국인이 담고 있는 대표 종목들을 제외하면 그다지 살 만한 업종이나 종목이 눈에 띄지 않는다”며 “고만고만한 종목들이 번갈아 오르며 코스피가 연말 2100까지 오를 수 있지만 뚜렷한 주도주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어닝시즌 ‘미인주’ 후보는?

다만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살 만큼 산 데다 3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시작된 만큼 추가 상승을 주도할 ‘미인주’를 찾아 시장의 옥석 가리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화 삼성증권 연구원은 “케인스가 주식투자를 ‘미인대회’에 비유한 것은 불특정 다수의 인기투표에 의해 미인이 결정되는 것처럼 주식 가격도 일반인의 심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외국인을 비롯해 시장 방향을 결정할 투자자들이 좋아할 주식을 예측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보기술(IT)·자동차·조선·화학 등 글로벌 경기 회복에 베팅하는 경기 민감주와 미래 성장성이 기대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한 모바일 생태계 관련주, 태양광·LED·2차전지 관련주 등을 ‘미인주’ 후보로 꼽았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도 “내수주보다 수출주에 투자의 중점을 두는 게 유리하다”고 거들었다. 수출주 중에선 업황이 좋은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업종과 정유주, 은행주 등이 앞으로 상승세를 이끌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강지연/김동욱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