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증시데이트 - 미국 부채한도 협상 합의, 남은 과제는?
오정근(고려대 경제학 교수) 아시아금융학회장> 오늘 새벽의 부채한도 협상 타결은 1월까지 다시 미뤄 놓은 것이다. 2011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만, 그 때와 다른 점은 `오바마 케어`라는 새로운 법안이 있는 것이다. 이 법안은 4800만 명의 중저소득 계층의 건강보험료를 보조해 주는 법안으로 이 법안의 수혜층은 내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지지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오바마 케어`에 대한 부분은 공화당에서 양보할 수 없는 힘겨루기를 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내년 1,2월까지 시한을 미뤄놓고 그 사이에 표 밭을 두고 힘 겨루기가 계속 될 것이다.
미국은 과거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국가 부채가 증가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 부채에 대한 예산 통제법을 만들게 되었다. 미국의 재정을 건전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위해서는 상·하 양원에서 합의한 한도 안에서 발행할 수 있도록 제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국가 부채의 규모가 굉장히 커지면서 해마다 부채한도에 위태롭게 가까울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 것은 2011년 부터 본격적인 문제가 되었는데, 지금에는 미국의 GDP대비 110%의 규모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미 금년은 그 한도를 넘어선 상황이다. 해마다 예산이 3조 달러인데 세입은 2조 달러에 불과하다. 당연히 매년 1조 달러의 적자가 자동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한국은 정부에 채권 발행 권한이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미국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법안에 따라 의회의 승인에 따라야 한다.
미국의 16조 7천억달러의 국가 부채중에서 약 1조 달러를 중국이 보유하고 있고, 일본이 8~9천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부채 한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면) 중·일의 외환보유고에 타격이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얼마전 있었던 인민은행장의 압박성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있었던 것이다. 부채 한도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면 중국의 외환 평가손실이 1천억 달러 수준이다. 한국의 외환 보유액이 3천3백억 달러인데 이 보유액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의 손실을 중국이 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오바마 케어`는 건강보험료 보조에 대한 예산을 우리나라 돈으로 55조원 규모를 마련한다는 내용을 주로한다. 이것이 금년에는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2020년이 되면 2,500억 달러 규모로 필요 재원이 증가하게 된다. 반면에 미국의 국가예산은 4조 달러 규모로 증가하는데 예산 증가분 대비 필요재원 규모가 굉장히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오바마 케어`가 실행됨에 따라 인접국에서 미국으로의 이민이 가속화 할 수 있다. 공화당에서는 재정상태 악화 논리를 바탕으로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고, 오바마 정부측은 `부유층에서 세금을 더 내라`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부유층 증세가 이뤄지게 되면 공화당에서는 표밭이 사라지게됨과 동시에 민주당에서는 `오바마 케어` 수혜층의 표를 얻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서로 대립 할 수 밖에 없는데, 문제는 국가 부채가 걸려있다는 점이다. 재정 적자 수준이 GDP대비 이렇게 높은 상황에서는 세금을 인상하거나 복지를 조정하거나 이렇게 해야한다.
공화당의 입장은 `세계 제일 국가인 미국의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의료보험제도를 손질하는 문제에 완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년에 당장 시행하는 안된다. 적어도 2년 뒤로 늦추자는 주장이다. 여기에서 키를 쥐고 있는 세력은 하원이다. 하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므로 하원 의장이 오바마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에 결과적으로 잠정적 합의로 넘어간 것은 결국 하원에서 공화당이 오바마의 노련한 여론전에 밀린 것이다. `공화당이 이 것(합의)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이렇게 여론을 만들었기 때문에 공화당의 주장인 `앞으로 재정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것과는 설득력에서 차원이 다르게 된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서로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감성적으로는 오바마의 전략에 공화당이 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번에도 여론전에서 밀렸다. 하원의장이 공식적으로 내가 졌다고 말할 정도다. 오바마의 정치적 승리다. 이를 계기로 히스패닉의 미국 이민 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지금 당장 우리 미국 교민들도 `오바마 케어`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영주권은 가지고 있지만 의료보험료를 내지 못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연간소득이 23,500달러 아래로는 공적 의료보험을 해주고 있는데 이 위부터 해서 95,000달러 아래의 사람들이 200 ~ 300만원의 보험료를 매 달 부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외국 이민자로서 내기 힘든 상황이다. 의료수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데, 오바마는 그 중간계층에 대해 4개의 계층으로 나눠서 차등적으로 의료보험료를 보조해 주자고 주장하고 있다. 좋은 정책이지만 미국의 재정적 감당이 힘들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있다. 건보료를 못 내는 계층을 당연히 지원해야 하지만, 국가 부채가 GDP대비 90%를 넘어서면 한계점을 넘어선 것이다. 결국 재정을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 경제학적으로 보면 말이 안되는 상황이긴하다. 그러나 정치적 싸움이 걸려있기 때문에 예측이 불허하고 앞으로 엄청난 변동성이 생길 것이다. 여론전에서 새로운 뉴스가 나올 때마다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미국에서 실업률이 7% 달성하면 출구전략을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연말 정도면 하지 않겠나 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문제가 불거지면서 `4분기 성장률이 처음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다. 연말까지 7% 달성은 어려울 것이다.`는 의견이 나오고 옐런이 차기 의장이 되었기 때문에 내년 초까지는 양적완화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점에 부채상한 증액 문제가 또 얽히게 되면 내년 1·2월은 불확실성이 너무도 큰 때가 된다. 출구전략 - 부채한도 - 예산안 이 세 가지 문제, 삼각 파도가 밀려온다. 미국이 세계 경제에서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전 세계적인 파도가 폭풍처럼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기침만 해도 우리는 몸살을 앓는데, 내년 초의 파도에 의해 미국계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 나가게 되면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외환보유액이 부족해 지면서 큰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내년 초가 우리나라의 위기관리에 굉장히 만전을 기해야 할 상황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의 미국 신용등급 가능성도 있다. 미국 경제가 엄청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신용등급을 또 다시 강등할 가능성이 있다. 2011년에도 이런 문제가 있었는데, 그 때도 데드라인 이틀전에 합의를 봤다. 그럼에도 S&P에서는 이 부분을 문제삼아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승 시켰다. 이 사례를 볼 때, 그 때보다 지금의 문제가 더 심각하므로, 이 것이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정치적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워낙에 커서 피치가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유지해 나갈 가능 성이 크다고 본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주언규기자 zoouky@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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