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민사5부(권택수 부장판사)는 17일 한국화이자제약이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형태모방 관련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미약품이 유사한 형태로 팔팔정을 만들어 판매하는 행위가 화이자 및 한국화이자제약이 보유한 푸른색 다이아몬드 형태에 대한 상표권 침해 행위이자 널리 알려진 비아그라 형태를 모방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 4월의 1심 재판부는 화이자의 소송을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비아그라 디자인은 출원 당시인 1998년 이전에도 외국에서 배포된 간행물을 통해 비슷한 모양이 소개돼 애당초 신규성이 없는 만큼 팔팔과 유사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없다”며 패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2심 재판부가 화이자에 손을 들어줄에 따라 한국화이자 비아그라와 한미약품의 ‘팔팔’간 상표권을 둘러싼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김선아 한국화이자 전무는 “비아그라 입체상표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인정한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을 계기로 국내외 제약회사의 지적재산권이 존중되고, 그 가치를 인정 받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약품을 상대로 한 판매정지 가처분 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를 거쳐 추후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미약품은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당장 팔팔 판매는 타격을 입지 않지만 대법원 상고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화이자의 비아그라는 한미약품 등이 지난해 5월 복제약을 출시하면서 월 평균 처방액이 20억원에서 7~8억원으로 매출이 급감했다.반면 팔팔은 비아그라의 4분의 1인 가격과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출시 1년여만에 처방액이 월 10억원으로 급등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