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까지 경찰청 과태료 징수결정액은 1조6137억원으로, 작년 1년간 징수액(1조6412억원)에 육박했다. 한낮 경찰관이 도심에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경찰청 과태료 징수결정액은 1조6137억원으로, 작년 1년간 징수액(1조6412억원)에 육박했다. 한낮 경찰관이 도심에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기획재정부와 경찰청은 긴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 안건은 과태료 등 벌과금 징수율을 대폭 높이자는 것. 명분은 ‘법질서 확립’이었지만 속내는 달랐다. 과태료 등을 통해 부족한 정부 재원을 충당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이 반영됐다. 복지 확대 등 돈을 써야 할 곳은 많은데 세수 확보는 어려운 상황에서 과태료 수입이 ‘매력적인 돈줄’로 떠오른 것이다.

◆‘과태료 공화국’

'교통딱지' 갑자기 늘어난 이유 봤더니…
최근 몇 년 새 정부가 부과하는 과태료가 크게 늘었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제출받아 1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각 부처가 징수를 결정한 과태료 총액은 1조8788억원으로 2010년(5378억원), 2011년(9400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2년 전에 비해 3.5배 급증한 수치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이 같은 추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올해 과태료 징수결정액은 무려 2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경찰청이 차량 속도·신호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등 일명 ‘딱지’ 발부를 늘린 영향이 컸다. 올해 3분기까지 경찰청의 과태료 징수결정액은 1조6137억원으로 이미 작년 1년간의 징수액(1조6412억원) 수준에 육박했다.

범칙금 통고처분도 늘고 있다. 경찰청은 7월 말 기준 142만3300여건의 범칙금 통고처분을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적발된 142만8300여건에 맞먹는 수치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 3월 이후 5개월 동안 뗀 ‘딱지’ 수는 122만3200여건으로 1~2월의 20만건에 비해 월평균 2.4배나 많았다.

또 국세청의 과태료 징수결정액은 2010년 8억1900만원 수준에서 지난해 389억원까지 급증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징수액도 같은 기간 6억원에서 35억원까지 늘었다. 윤 의원은 “올해 3분기 과태료 징수결정액은 이미 지난해 전체 수준에 달한다”며 “징수액 증가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빨라 ‘과태료 공화국’이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무리한 단속” 지적도

이처럼 과태료 징수결정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정부 나름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경기침체로 세수는 줄고 있는데 증세 없이 135조원 규모 공약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납부 즉시 국고로 귀속되는 과태료는 정부 입장에선 짭짤한 수입이다.

실제로 예산안에서 과태료를 포함한 벌금, 몰수금 수입으로 책정된 액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내년 예산안의 벌금·몰수금·과태료 예상 수입은 3조6622억원으로 올해(3조6613억원)에 비해 증가했다. 2012년(3조2662억원), 2011년(3조1900억원)과 비교해도 계속 증가세다.

정부의 세수확보 노력이 자칫 서민들의 ‘생계형 위반 행위’ 단속에만 치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적 위주의 단속이 강화되면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세수부족분을 상대적으로 부과가 쉬운 서민 과태료로 메우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정부는 부처별 과태료에 대해 무리한 단속을 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철저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리하게 과태료를 매기는 과정에서 실제 징수 실적은 매년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07년만 해도 경찰청의 벌금 및 몰수금 징수율은 92.5%에 달했다. 하지만 2008년엔 78.4%로 떨어졌고, 2009년 70.8%, 2010년 74.9%, 2011년 66.6%, 2012년 60.9%로 하락했다.

세종=고은이/김태호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