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조 MMF 수익률 낮아지나
다음달부터 개인투자자와 기업들이 목돈을 짧은 기간 넣어놓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수익률이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단기 금융상품에 대한 안정성을 끌어 올리기 위해 규제를 대폭 강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MMF를 굴리는 자산운용사 가운데 한꺼번에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야 하는 중소형사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만기 7일 내 자산’ 30% 편입

금융위원회는 16일 MMF에 대한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의결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기 상품에 대한 유동성 규제를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단기 자금 유·출입에 대한 위험을 선제적으로 낮추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그동안 MMF 규제가 논의만 돼오다 최근 ‘동양사태’ 여파로 급진전된 것으로 보고 있다.

MMF는 단기 국·공채와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콜 등에 집중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하루만 맡겨도 비교적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데다 가입 한도에 제한이 없어 부유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왔다. 수익률은 14일 현재 연 2.4~2.5% 수준이다.

이번 MMF 규제의 핵심은 ‘안정성 강화’다. 우선 가중평균 잔존만기 한도를 현행 90일에서 75일로 15일 단축했다. 운용사들이 MMF 편입자산의 만기를 더욱 짧게 가져가야 한다는 의미다. 또 직접적인 비율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예컨대 편입자산 중 10%를 잔존만기 1영업일 이내 상품으로 채워야 한다. 전체 30%에 대해선 만기 7영업일 이내 자산으로 보유해야 한다. 대량 환매가 일시에 발생해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다만 유동성자산 비율을 위반할 경우 1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수익률 떨어져 중소형사 타격

금융투자업계는 대표 상품 중 하나인 MMF의 상품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S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규제의 골자가 안정성이 높은 현금성 자산을 더 많이 편입하라는 것인데 수익률이 당장 0.03%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이라며 “저금리 기조 탓에 0.01%포인트 차이에도 막대한 시중자금이 이동하는 상황이어서 다들 불안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국·공채형 MMF를 취급하는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신탁운용 등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 운용사의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일반 CP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 위험성 자산의 편입 비중이 높아서다. 중소형사인 D사 관계자는 “신종 MMF에 담은 회사채와 CP 중 일부를 우량채로 바꿔야 해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자금 이동이 활발한 연말을 앞두고 있어 내부적으로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P운용사 측은 “이번 개정안 중 7일 이내 자산을 30%까지 편입하라고 강제한 규정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며 “여러 운용사가 한꺼번에 이런 자산을 찾으면 수익률이 더 떨어질 테고 결국 통화안정채권 등으로 채워야 하는데 그럴 경우 국·공채형 MMF와 차별성이 사라진다”고 걱정했다.

한편 국내 MMF 잔액은 지난 10일 기준 78조원 규모로, 작년 말(63조원) 대비 24%가량 늘어났다. 시중자금이 급속히 부동화된 데 따른 영향이다.

조재길/안상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