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폭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피동촉매형 수소제거장치(PAR)의 성능 재시험 결과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우윤근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 7월 말 산업기술시험원 용역을 받아 PAR 냉각재 상실사고(LOCA) 재시험을 시행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시험기관이 주관하고, 원전 규제기관(원자력안전기술원)의 참관 속에 이뤄졌다.

재시험은 올해 5월 새한티이피가 같은 기기에 대한 LOCA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기기 성능을 다시 한번 검증하려는 취지였다.

PAR은 천재지변 등으로 원자로에 공급되는 전기가 끊겨 냉각기가 제기능을 못하는 냉각재 상실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 원자로 내부에서 대량으로 나오는 수소를 제거해 폭발사고를 막는 장치다.

그러나 재시험 도중 시험설비에 수소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수소가 폭발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 기계연구원은 안전사고를 우려해 수소 주입을 중단한 상태에서 나머지 시험을 진행한 뒤 보고서에 '부적합' 의견을 명시했다.

문제는 산업기술시험원이 자체 보고서에 수소 폭발 사실은 누락한 채 '적합', '허용기준 만족'으로 바꿔 기재한 것이다. 사실상 시험 결과 조작이다.

산업기술시험원은 또 원자력안전기술원에 '정상적 조건에서 시험을 진행했으며 PAR의 변형 또는 손상이 없었다'는 결론의 보고서를 제출했고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를 그대로 채택했다. 재시험 전 과정을 참관한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산업기술시험원과 결탁해 시험 결과를 조직적으로 조작·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새한티이피 등 민간 검증기관의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에 이어 공공 검증기관까지 시험성적서 조작에 가담한 정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우윤근 의원은 "민간 검증기관의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시험성적서 부실·조작 의혹이 불거진 것은 결코 쉽게 넘겨서는 안 될 일"이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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