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산책로의 단풍 열차
단풍산책로의 단풍 열차
우화정의 단풍
우화정의 단풍
화사한 단풍의 계절이 돌아왔다. 온 산은 울긋불긋 물들었는데 막상 단풍여행을 떠나려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도로와 교통체증, 여행지의 주차난 등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단풍여행지를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은 기차를 타고 떠나는 것이다. 화려한 불꽃 단풍의 대명사로 통하는 내장산으로 기차여행을 떠나보자.

○내장산 오색단풍길의 매력

내장산이 있는 전북 정읍역까지 가려면 용산역에서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를 타면 된다. 익산역을 지나 창밖에 호남의 평야지대가 보이는가 싶더니 정읍역에 도착할 즈음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버스나 승용차로 간다면 서울을 빠져나가고, 내장산 들어갈 때 곤욕을 치렀을 것이다. 정읍역 광장에서 길을 건너 500m를 걸으면 정읍시외버스터미널이 나오는데, 여기가 내장산 가는 버스의 출발점이다.

정읍 산외마을의 한우.
정읍 산외마을의 한우.
산 속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내장산(內藏山)은 호남의 금강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 산재해 있다. 보물창고라는 별칭이 지나치지 않다.

특히 내장산 매표소에서 케이블카, 내장사까지 2.5㎞의 구간은 ‘내장산 오색단풍길’로 불리며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힐 정도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버스를 타고 내장사, 케이블카까지 휙 지나가는 것보다는 여유롭게 걸어다녀야 곳곳에 숨겨진 가을단풍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형형색색 단풍군락이 마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출전한 것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듯한 모습을 보면, 어느 순간부터 걷는 게 전혀 힘들지 않다.

가로수의 새빨간 단풍잎이 촘촘함을 넘어 터널을 이룬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못해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가슴 속에 밀려온다.

내장사 일주문.
내장사 일주문.
단풍의 향연에 취해 걷다 보면 우화정을 만날 수 있다. 우화정에는 효심이 지극하고 공부에 열심인 홀로 사는 선비가 바위에서 손을 씻는데, 하늘에서 예쁜 선녀가 내려와 선비를 데리고 두 개의 날개로 변신하여 하늘로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거울같이 맑은 정자인 우화정에 단풍이 물들면 일부러 만들래야 만들 수 없는 최고의 예술작품이 펼쳐진다.

○케이블카 타고 아찔한 단풍보기

내장산 케이블카에서 본 풍경.
내장산 케이블카에서 본 풍경.
내장산 단풍여행을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은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다. 내장산 케이블카는 이른바 필수코스로 알려져 있다. 왕복요금 어른 7000원·어린이 4000원, 편도요금 어른 5000원·어린이 3000원. ‘케이블카를 타고 내장산 전망대를 오르지 않으면 내장산을 간 게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올라갈 땐 힘드니까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갈 때는 천천히 트레킹을 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연자봉 중턱까지 오르는 5분 동안 아찔함과 함께 울긋불긋 단풍의 향연은 마치 산에다 물감으로 꼼꼼히 칠을 한 듯하다. 다양한 색상에 눈이 호강하는 즐거운 시간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300m를 걸어 내장산 전망대(연자정)에 오르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땀을 식혀주는 고마운 바람, 우화정과 빨갛게 물든 단풍의 행렬, 내장산의 아홉 봉우리를 바라보면 무릉도원이 바로 여기구나 싶은 착각이 든다.

천국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뒤로하고,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면 백제 제30대 무왕 37년(636년) 영은조사에 의해 창건된 내장사에 이른다.

축제에 맞춰 내장산을 가보는 것도 단풍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다음달 1~3일 정읍사문화제가 내장산 문화광장과 정읍시내 일원에서 열린다. 현존 최고의 백제가요인 정읍사와 정읍사 여인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정절을 기리며 천혜의 비경 내장산의 단풍과 함께 하는 문화축제다. 축제는 전통혼례식 재현, 사랑의 소원등 달기, 문화예술 전시회, 정읍 농특산품 전시판매, 향토음식 장터, 사랑의 자전거 타기 등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정읍=박준규 여행작가 http://traintrip.kr

여행팁

KTX를 타고 용산에서 출발하면 2시간40 분만에 정읍에 닿는다. 정읍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장산으로 가는 버스는 수시로 있다. 코레일(korail.com)은 내장산+산외마을 패키지를 어른 6만7000원, 어린이 6만2000원에 판매한다. 해밀여행사(tourkorail.com) 1577-7788

내장산 기슭에 자리한 정읍산외마을은 70여곳의 정육점과 식당이 모인 한우촌.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 식당에서 상차림비를 내고 고기를 맛볼 수 있다. 정육점에서 원하는 부위 및 등급품질을 잘 확인해서 구입하면 된다. 고기만 먹으면 심심하니 된장찌개, 냉면, 소면, 누룽지, 공기밥 중 하나를 먹고 집에 가지고 갈 선물세트까지 구입하면 진정한 내장산 미각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