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리아를 비롯한 지역 평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며 “특히 국제법 적용을 통해 화학무기 사용을 금기시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OPCW의 수상은 지난 8월 시리아에서 발생한 신경가스 공격에 따른 민간인 사망 사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전면폐기 해법을 도출해 서구와 시리아 사이의 전면전을 막는 데 일조했다. OPCW는 현재 시리아에 조사단을 파견해 시리아 정부가 보유한 화학무기를 확인하고 해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리아가 보유한 모든 화학무기를 내년 중반까지 폐기할 계획이다.

노벨위원회는 이번 시상을 통해 OPCW를 주축으로 한 세계 화학무기 전면 폐기에도 힘을 싣는다는 의도다. “미국과 러시아 등은 작년 4월까지 화학무기를 전면 폐기하기로 한 협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1993년 체결된 화학무기금지협약(CWC) 이행을 위해 1997년 창설된 국제기구인 OPCW는 한국을 포함해 189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특정 화학물질이 CWC의 규정에 맞게 사용되는지 감시하고 화학무기의 폐기를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터키 외교관 아흐메트 우줌쿠가 2010년부터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OPCW의 수상을 놓고 노벨위원회가 과거 업적보다 시리아 사태와 관련된 정치적 상황을 지나치게 고려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토르뵤른 야글란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과거 화학무기 제거를 위해 노력한 OPCW의 공로를 인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OPCW의 이번 수상으로 지난해 유럽연합(EU)에 이어 2년 연속 인물이 아닌 단체에 노벨평화상이 돌아가게 됐다. 노벨평화상은 사람 외에 단체도 수상이 가능하다.

올해 노벨평화상 선정 과정에는 2011년(241명)의 기록을 깨고 사상 최대인 259명(단체 후보 50곳 포함)의 후보가 경합을 벌였다. 유력 후보로는 탈레반이 쏜 총에 머리를 맞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나 여성 교육권을 설파한 파키스탄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이 거론됐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