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49 100년 주택 시대] 건강체크·맞춤요리·패션 코디까지…집이 다 해줍니다
2023년 10월 어느날. 전날 야근을 한 K씨는 일어나자마자 욕실로 향한다. 소변을 보자 욕실 거울에 혈당과 혈압 등 기본적인 건강상태가 그래프로 나타난다. 샤워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수는 20~22도 안팎으로 맞춰져 있다. 지열과 태양열을 이용한 급탕시스템으로 데워진 물이다.

샤워 후 기분이 한결 나아진 K씨는 거실로 나가 벽에 설치된 버튼을 누른다.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블라인드가 서서히 걷히며 따스한 아침 햇살이 집안에 스며든다. 거실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는 주요 뉴스와 날씨 정보가 쉴새없이 흘러나온다.

K씨는 간단한 식사를 위해 냉장고 문을 연다. 냉장고가 음성으로 K씨의 컨디션에 맞는 아침요리를 추천하고 간단한 조리법도 알려준다. 식사 후 출근을 위해 옷장을 열고 저녁 파티에 어울릴 셔츠와 넥타이를 고른다. K씨의 일정을 미리 파악한 ‘인텔리전스 옷장’이 화사한 옷차림으로 코디해 준 것이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아파트 내 호출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대기한다. 집 안에 켜놓은 조명이나 가스불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보안 스위치 한 번이면 모든 조명이 꺼지고 자동으로 가스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지하주차장에 들어서자 K씨의 자동차가 깜빡이등을 작동하며 대기하고 있다. 그의 전기자동차는 밤새 충전이 완료됐다. 전기요금이 가장 싼 새벽시간에 충전되기 때문에 연료비도 저렴한 편이다.
[창간49 100년 주택 시대] 건강체크·맞춤요리·패션 코디까지…집이 다 해줍니다
미래주택은 ‘100년 주택’

꿈속에서나 상상했던 이런 미래주택이 현실화되고 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정보통신기술과 신재생에너지 기술 등을 융합한 ‘똑똑한’ 아파트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주택의 개념을 쉽게 정의하면 ‘100년 주택’이다. 100년 이상을 사용할 수 있는 외관과 100년이 의미하는 지속가능한 최첨단 기술을 종합적으로 적용한 주택이다. ‘그린·스마트’ 주택과 유사한 말이다. 요즘 유행하는 ‘장수명 주택’에다 첨단 기술을 가미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100년 주택’은 기존 주택보다 4~5배 이상 오래 쓸 수 있도록 애초 설계부터 내진성, 내구성, 유지관리의 우수성 등을 대폭 높인 집이다.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과 녹색에너지 활용은 기본이다.

주택건설업체들은 ‘100년 주택’의 원천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일부 기술은 당장 적용할 수 있어 아파트 분양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 주요 주택건설사들은 미래형 주택 관련 분야에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주택, 빗물을 재활용한 실내정원, 조명을 켜면 동시에 음악이 흘러나와 기분 전환이 되는 ‘발광다이오드(LED) 스피커등’, 음식을 자동으로 조리하는 ‘스마트 쿠킹 테이블’, 대기전력 차단 스위치 같은 다양한 스마트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벽에 설치한 첨단 센서 하나로 아파트 환경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첨단 시스템도 실용화됐다. 스위치를 작동하지 않아도 외출·취침 때 전등을 알아서 관리해준다. 누수전력이나 대기전력도 자동 차단해준다. 단지 반경 4㎞ 내의 날씨·온도·습도·이산화탄소 농도는 물론 자외선 지수까지 알려주는 ‘동네 날씨 시스템’까지 탑재할 수 있다.

이석준 우미건설 사장은 “삭막함의 상징이었던 아파트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친환경·최첨단 주거공간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것도 ‘100년 주택’ 개념으로 요약되는 미래형 주택에 대한 주택건설업체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100년 주택’ 트렌드는 ‘5S’

건설·부동산 분야 학자들은 ‘100년 주택’의 방향을 ‘5S’로 보고 있다. 기술발전 양상과 향후 인구통계학적인 변화를 감안해 ‘Small·Smart·Share·Security·Self-sufficient’ 등 ‘5S’가 주택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mall’은 면적은 작지만 넓게 쓰는 평면 혁신을 의미한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소규모 아파트가 주택시장의 대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Smart’는 주택시장에 거세게 불고 있는 정보통신 접목기술을 의미한다. ‘Share’는 집을 쪼개 일부를 임대하는 ‘부분임대’와 부모·자식이 함께 거주하는 ‘2세대 주택’ 등이다. ‘Security’는 범죄발생을 사전에 예방하는 보안기술, ‘Self-sufficient’는 태양열과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으로 자체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Self-sufficient’ 분야에선 기술개발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용에너지를 크게 줄인 ‘패시브하우스’와 태양열 등으로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제로에너지 하우스’ 등이 주목받고 있다. 대우건설은 태양광, 바이오가스 등 친환경·신재생 에너지를 주거상품에 적극 도입하는 ‘그린 프리미엄’ 전략을 내걸고 있다.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한 인천 청라 푸르지오가 대표적이다. 태양열 급탕 시스템, 지열 냉난방 시스템 등 20여가지 기술이 적용돼 표준주택 대비 30% 정도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물산은 경기 용인시에 패시브하우스 연구주택인 ‘그린 투모로우’를 만들고 건물 배치, 단열재, 벽체 및 창호 연구 등를 통해 에너지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도 8년 전부터 기술연구소를 만들고 ‘E+그린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김종진 전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주택시장에서 ‘5S’가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며 “‘5S’는 정보통신 기술이 앞선 세계 최고의 아파트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한국 주택건설사들에 세계시장에서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