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발행한 기업어음(CP)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채·CP 피해자 4만6000명으로 늘어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동양그룹 회사채와 CP 피해자 수는 4만1000명에서 4만6000명으로, 피해액은 2조원 규모에서 2조3000억원가량으로 커졌다.

금융감독원은 동양시멘트의 미상환 회사채는 2310억원, CP는 373억원이라고 밝혔다. 동양네트웍스는 2012년 9월 2년 만기 1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한 게 전부였다. 동양그룹은 동양시멘트 회사채와 CP 역시 동양증권을 동원해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에게 팔았다.

○자금난 속 CP 무더기 발행

(주)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 등 5개 계열사는 법정관리 신청 전 1주일 동안 1081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달 23일 금감원이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감지하고 동양증권을 통해 자금 내역을 파악하려 특별점검에 착수할 때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에서 103억원의 CP를 발행했다. 오리온이 지원을 거절해 동양그룹의 법정관리설이 나오던 24일에도 220억원을, 금감원으로부터 회사채 발행 계획에 대해 정정신고를 받고 발행을 철회한 26일에도 200억원을 팔아치웠다.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영업일인 27일엔 가장 많은 313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동양그룹은 법정관리설이 퍼지자 이 CP 물량을 계열사들끼리 돌려 막으며 급한 불을 끈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에게 흘러들어간 것은 없고 모두 계열사들이 인수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계열사 간 지원 목적으로 CP를 발행한 것이라면 배임 소지가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 감독 소홀 ‘책임론’

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1년 전 동양 측의 위법한 CP 판매 행위에 대해 1회성 제재에 그치고 이후 감독 강화로 이어지지 않아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동양증권이 계열사 CP를 특정금전신탁으로 운용하며 고객에게 신탁계약서(서면)가 아닌 전화로 주문받는 등 불완전 판매 정황을 포착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나중에 전화 주문 고객 모두에게 신탁계약서를 다시 받는 절차를 거쳐 불완전 판매는 아니었다”면서도 “전화로 복잡한 투자 상품을 설명했다는 것 자체는 위법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당시 동양증권에 대해 ‘기관 경고’ 등 제재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해당 특정금전신탁을 계약한 투자자들에게 추후 위험성을 경고하는 등 사후 조치를 이어가지 않아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금감원은 자금난이 급속도로 확산되자 지난달 24일 (주)동양의 65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계획에 제동을 걸었으나 만기가 돌아온 CP 발행은 의외로 순탄했다. 개인들이 갖고 있던 만기 CP를 동양 계열사들이 가까스로 돌려 막고 있는데도 금융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계열사 투기등급 회사채 등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금융투자업 감독 규정 개정안의 시행 시기를 6개월간 유예해 동양 계열사들이 차환 발행을 할 수 있었고 피해자가 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1층에 마련된 동양그룹 관련 불완전판매신고센터에는 1일까지 총 1100건 이상 신고 접수가 몰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류상으로는 투자위험 등을 고지한 경우가 많아 불완전 판매 입증이 쉽지 않다”며 “입증하더라도 관련 CP 등을 발행한 회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지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장규호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