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직원들이 30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20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궁중장구를 살펴보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국립국악원 직원들이 30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20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궁중장구를 살펴보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붉은 장구를 보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머나먼 미국에서 120년을 보낸 조선 악기에는 마치 어제 연주했던 것 마냥 악공의 숨결이 살아 있었다. 30일 오전 국립국악원이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마련한 ‘120년 만의 귀환, 미국으로 간 조선 악기’ 특별전을 개막 전에 미리 둘러봤다.

전시된 악기 8점은 120년 만에 고국으로 잠시 돌아온 조선의 국악기다. 1893년 당시 청나라의 내정간섭을 받고 있던 고종은 조선의 자주성을 대외에 알리기 위해 미국 ‘시카고박람회’에 악기 10점을 출품했고 폐막 후 피바디에섹스박물관에 기증했다. 10월1일부터 12월1일까지 무료로 공개되는 이 악기들은 국립국악원이 피바디에섹스박물관에 요청해 빌려왔고, 신세계백화점이 후원했다.

넓지 않은 전시실의 한가운데에는 장구 당비파 양금 거문고 생황 대금 피리(2점)가 전시돼 있다. 본래 미국으로 건너갔던 악기는 해금과 용고까지 총 10점이나 악기 상태가 좋지 않아 이번 전시에는 빠졌다. 국악기는 줄 이음새 하나하나까지 왕실의 기품이 느껴졌다. 장구의 가죽과 울림통을 고정시켜 주는 가막쇠는 왕실을 상징하는 용 문양으로 돼 있는데 줄을 입으로 물고 있는 모습에서 위풍당당함이 느껴졌다.

가죽으로 만든 장구의 줄조이개에는 하나하나 섬세하게 수가 놓여 있다. 장구의 울림통, 당비파 뒤쪽에 달린 줄 등은 화려한 붉은색이다. 주재근 국립국악원 국악진흥과 학예연구관은 “붉은색은 전통적으로 왕실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보존 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4줄씩 총 56개의 철삿줄로 만든 양금은 120년 전에 제작한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끊어진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피리에 입술이 닿는 부분인 서의 위쪽은 산화된 흔적이 있다. 주 학예연구관은 “실제로 조선 악공들이 불었던 피리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선 돌아온 국악기 외에 국립국악원이 소장한 음악 관련 전시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속악원보’ ‘삼죽금보’ 등 조선시대의 악보와 김홍도 신윤복의 음악 관련 작품을 선보인다. 또 조선 최초의 실용음악서인 ‘악학궤범’과 정해년의 궁중잔치를 그린 10폭 병풍도 전시한다. (02)580-3130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