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베트남을 상대로 ‘국가 개발 프로젝트’를 본격화한다. 삼성물산을 축으로 삼성전자 삼성엔지니어링 삼성SDS 등 계열사가 힘을 합쳐 개도국에 진출해 경제개발 모델을 제시하고, 병원·도로·플랜트 등을 한꺼번에 짓는 국가 차원의 개발 계획이다. 삼성은 아프리카 가봉 등에서도 이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을 단장으로 한 삼성대표단은 30일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 응웬 떤 중 총리와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또 응웬 반 쭝 기획투자부(MPI) 차관과 △전력 △도시개발 △공항 △공공분야 정보통신사업 등에서 협력키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과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참석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와 베트남 MPI 산하 싱크탱크인 발전전략연구소(DSI)는 공동세미나를 갖고 거시 차원의 한국 경제 발전 모델을 토론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삼성 측은 이날 MOU는 한국의 경제개발 노하우와 삼성의 사업 역량 등을 연계해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에 개발 모델을 전수하고 복합 인프라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글로벌 전략적 파트너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MOU를 계기로 베트남 정부가 추진 중인 △1200㎿급 화력발전소 건설·운영 △하노이 도시개발 등에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최근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인프라 수요가 늘고 있다. 또 삼성과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삼성물산 등이 진출한 데 이어 최근 삼성에버랜드가 첫 해외법인을 개설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세계 최대의 휴대폰 생산기지를 현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약 4만명을 고용해 한 해 1억2000만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생산중인데, 생산능력을 두 배로 증설하기 위해 북부 박닝성 공장과 타이응웬 공장에 각각 25억달러와 20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삼성그룹 차원에선 58억달러(6조2400억원, 투자 승인분 포함)의 투자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삼성물산은 1995년부터 앙골라 카자흐스탄 루마니아 가나 등에서 ‘컨트리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소규모 국가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