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부채담보부증권(CDO)과 함께 문제가 됐던 파생상품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이 올 들어 미국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캐피털IQ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미국에서 발행된 CLO 규모는 최소 554억100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889억4000만달러) 이후 가장 많다.

CLO는 투기등급 이하로 신용이 낮은 기업들의 은행 대출채권을 한데 모아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일종이다. 수십개의 기업 대출을 한번에 묶기 때문에 부도 위험은 줄일 수 있지만, 각 기업의 회계부실이 숨겨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CDO와 더불어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 수년간 인기를 잃었던 파생상품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고,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늘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가을부터 CLO 시장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내 금융사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조사에서도 확인된다고 FT는 덧붙였다. FDIC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미국 은행들이 CLO를 포함해 보유 중인 파생상품 규모가 총 658억달러였다. FDIC가 각종 파생상품을 구분해 은행들의 자산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