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 권익이 침해받지 않으려면 세무당국의 재량으로 운영해온 세무조사를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어제 국회에서 한국경제학회와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 주최로 열린 ‘세무조사 투명성 강화방안’ 토론회에서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과세권자의 재량권 한계를 명확히 하고 세무조사의 대상자 선정기준과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세무조사기본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세무조사로 인한 마찰이 빈번한 터라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세무조사의 가장 큰 문제는 세무공무원에게 과도한 재량권이 부여돼 있다는 점이다. 대상자 선정부터가 모호하고 절차, 과정, 세금 추징이 모두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이 있어 왔다. 세법상 세무조사 근거라는 것도 ‘직무수행상 필요한 경우’라는 식이다. 이런 자의성을 근대 행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세무조사는 더구나 세금추징과 탈세고발이 수반되는 권력행위다. CJ 비자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세무조사가 온갖 비리와 민원을 유발하고, 방패막이가 돼줄 국세청 전관(前官)들의 몸값만 높이는 꼴이라면 시정돼야 마땅하다.

전체 세수의 90% 이상을 신고납부제로 걷는 국내 조세체계상 성실납세, 과세형평 등을 위해 세무조사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세무조사가 과세요건 사실확인 등 합리적 과정을 벗어나 경기상황과 세수여건에 따라 자의적으로 결정되는 식이라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정부에서는 물가대책에 협조하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한다는 엄포조차 있었다. 과거에는 정치적 의도가 의심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정 대기업과 공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매번 초미의 관심사가 됐던 이유다.

당장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를 적발해 내면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법치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가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세무행정에서의 법치라면 세무조사를 공무원 재량이 아닌 법규에 따라 투명하게 실시하는 것이어야 맞다. 국세청의 어려움이 커지더라도 납세자들이 승복하는 세무조사일 때라야 법치의 수준도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