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힘든 한국] "35년간 회사 키웠는데…지금처럼 문닫고 싶은 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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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업인의 하소연
"통상임금 부담 300억, 일감 과세 3억…
근로시간도 줄어들면 적자 불 보듯
정부는 기업 현장 와 보기나 했는지"
"통상임금 부담 300억, 일감 과세 3억…
근로시간도 줄어들면 적자 불 보듯
정부는 기업 현장 와 보기나 했는지"
“난 애국자다. 기업해서 번 돈으로 한푼이라도 세금을 더 내려 노력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요즘처럼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든 시절은 없는 것 같다.”
경기 안산시에서 중견기업을 경영하는 J회장을 만난 건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6일이었다. 올해 68세. 33세 때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해 지금의 회사를 세웠다. 35년간 회사 일에만 매달려 연매출 4000억원짜리 기업으로 키웠다. 그가 세운 회사는 현재 해외에 4개 공장을 둔 어엿한 중견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자수성가한 중견기업인은 그러나 “요새 정말 기업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J회장이 전한 사정은 이렇다.
그가 맨 먼저 분통을 터뜨린 건 통상임금 문제다. 부정기적으로 지급해오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법원 판결 이후 산업계에선 비슷한 소송이 줄을 잇는 상황이다. 그의 회사도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J회장은 “우리 회사 매출이 4000억원이고, 영업이익이 100억원 정도 되는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추가로 부담해야 할 돈이 300억원(3년치 소급지급분 포함)에 달한다”며 “3년치 영업이익을 모두 인건비로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가 피해도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300억원을 회계장부상 비용 처리하면 회사 신용등급이 확 떨어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해외 바이어들 입장에서 우리 회사와 거래하려 들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만약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결론이 나오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뺀 대부분의 기업은 적자를 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J회장은 “지금까지 정부는 ‘통상임금 산정지침’이란 예규를 통해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며 “기업들은 이 지침을 따랐을 뿐인데 이제 와서 기업이 잘못했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런 사태를 초래한 건 정부”라며 “대법원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최종 결론을 내리면 정부가 추가 인건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른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J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외에 특수고무를 만드는 관계사를 세웠다고 한다. “돈을 더 벌자고 세운 게 아니라 양질의 부품을 제때 공급받기 위해 만든 회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 관계사와의 거래가 일감몰아주기에 해당돼 J회장은 지난 7월 3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했다.
그는 “세금을 더 내는 게 억울하지는 않다”면서도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별도로 세웠는데, 이걸 증여했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업 현장에서 어떤 일이 빚어지는지 제대로 알고 세법을 만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의 하소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가격 후려치기를 제재한다는 목적으로 4월 여야가 개정한 하도급법 얘기를 꺼냈다. ‘갑을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제정된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이다. J회장은 “우리 회사도 대기업과 거래를 많이 하고, 그 과정에서 납품단가 인하 압박을 받는다”며 “이런 요구를 충족하느라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낭비 제거, 공정 개선 등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가 인하는 기업하는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과정이고, (그런 과정을 거친 끝에) 우리도 해외 다른 경쟁사보다 높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며 “무작정 단가 후려치기는 좋지 않다고 규제하는 것은 기업의 생리를 잘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J회장은 근로시간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 입법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입법안은 그동안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던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범위에 넣는 것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존 1주당 최장 68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이던 근로시간이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휴일근로 1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는 “정치권과 정부는 연장근로 시간 제한에 휴일근로까지 포함시키려 하는데, 어쩔 수 없이 휴일특근을 할 수밖에 없는 업종이 부지기수”라며 “개정 입법안대로라면 기업한테 공장 돌리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은 자꾸 선진국과 비교하는데 미국은 연장근로라는 개념이 없다”며 “특근 등 연장근로수당 지급 한도도 우리보다 적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덜하다”고 덧붙였다.
J회장의 하소연은 두 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그는 “지금 같아선 (회사를) 그만 때려치우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가 정부와 정치권에 한마디했다. “정부나 정치권이나 기업을 무슨 도깨비방망이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두드리면 뭔가 쏟아져 나오는….”
<기획취재팀>
경기 안산시에서 중견기업을 경영하는 J회장을 만난 건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6일이었다. 올해 68세. 33세 때 무일푼으로 사업을 시작해 지금의 회사를 세웠다. 35년간 회사 일에만 매달려 연매출 4000억원짜리 기업으로 키웠다. 그가 세운 회사는 현재 해외에 4개 공장을 둔 어엿한 중견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자수성가한 중견기업인은 그러나 “요새 정말 기업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J회장이 전한 사정은 이렇다.
그가 맨 먼저 분통을 터뜨린 건 통상임금 문제다. 부정기적으로 지급해오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법원 판결 이후 산업계에선 비슷한 소송이 줄을 잇는 상황이다. 그의 회사도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J회장은 “우리 회사 매출이 4000억원이고, 영업이익이 100억원 정도 되는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추가로 부담해야 할 돈이 300억원(3년치 소급지급분 포함)에 달한다”며 “3년치 영업이익을 모두 인건비로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추가 피해도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300억원을 회계장부상 비용 처리하면 회사 신용등급이 확 떨어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해외 바이어들 입장에서 우리 회사와 거래하려 들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만약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결론이 나오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뺀 대부분의 기업은 적자를 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J회장은 “지금까지 정부는 ‘통상임금 산정지침’이란 예규를 통해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며 “기업들은 이 지침을 따랐을 뿐인데 이제 와서 기업이 잘못했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런 사태를 초래한 건 정부”라며 “대법원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최종 결론을 내리면 정부가 추가 인건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른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J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 외에 특수고무를 만드는 관계사를 세웠다고 한다. “돈을 더 벌자고 세운 게 아니라 양질의 부품을 제때 공급받기 위해 만든 회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 관계사와의 거래가 일감몰아주기에 해당돼 J회장은 지난 7월 3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했다.
그는 “세금을 더 내는 게 억울하지는 않다”면서도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별도로 세웠는데, 이걸 증여했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업 현장에서 어떤 일이 빚어지는지 제대로 알고 세법을 만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의 하소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가격 후려치기를 제재한다는 목적으로 4월 여야가 개정한 하도급법 얘기를 꺼냈다. ‘갑을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제정된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이다. J회장은 “우리 회사도 대기업과 거래를 많이 하고, 그 과정에서 납품단가 인하 압박을 받는다”며 “이런 요구를 충족하느라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낭비 제거, 공정 개선 등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가 인하는 기업하는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과정이고, (그런 과정을 거친 끝에) 우리도 해외 다른 경쟁사보다 높은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며 “무작정 단가 후려치기는 좋지 않다고 규제하는 것은 기업의 생리를 잘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J회장은 근로시간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 입법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입법안은 그동안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던 휴일근로를 연장근로 범위에 넣는 것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존 1주당 최장 68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이던 근로시간이 52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휴일근로 12시간)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는 “정치권과 정부는 연장근로 시간 제한에 휴일근로까지 포함시키려 하는데, 어쩔 수 없이 휴일특근을 할 수밖에 없는 업종이 부지기수”라며 “개정 입법안대로라면 기업한테 공장 돌리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은 자꾸 선진국과 비교하는데 미국은 연장근로라는 개념이 없다”며 “특근 등 연장근로수당 지급 한도도 우리보다 적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덜하다”고 덧붙였다.
J회장의 하소연은 두 시간이 지나서야 끝났다. 그는 “지금 같아선 (회사를) 그만 때려치우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가 정부와 정치권에 한마디했다. “정부나 정치권이나 기업을 무슨 도깨비방망이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요. 두드리면 뭔가 쏟아져 나오는….”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