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최대 위기] 담철곤 회장 13일간 고심…"혈연의 情보다 경영권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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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동양그룹 지원 거부했나
밑 빠진 독에 물붓기…정부 압박에도 "NO"
"모두 충족시키는 답 없어…비난 각오" 심경고백
밑 빠진 독에 물붓기…정부 압박에도 "NO"
"모두 충족시키는 답 없어…비난 각오" 심경고백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23일 형제기업인 동양그룹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격 발표했다. 장모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 부인)이 둘째 딸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과 이 부회장의 남편인 담 회장에게 지원을 부탁한 지 13일 만이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이어 지원 거절 심경을 토로하는 내용으로 ‘사랑하는 오리온 가족 여러분께 전하는 글’을 사내 인터넷망에 올렸다. 부부는 “동양그룹에서 자금 지원 요청을 받고 불면의 밤을 보내며 어떤 결정이 최선일지 고민했다”며 “추석 내내 아버지의 체취가 담긴 책 ‘동양보다 큰 사람’을 읽으며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식으로서, 동생으로서, 경영자로서 모두를 충족시키는 완벽한 답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슴에 평생 안고 갈 빚이 될 테지만 저희와 오리온그룹은 독립경영을 할 것이며 동양그룹이 요청한 자금 지원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부부는 “혈연 앞에서조차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경영자’라는 이름의 자리가 이번만큼 힘든 적은 정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오리온의 대주주로서, 경영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이번 저희의 결정으로 인한 어떤 비난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글은 이 부회장이 주로 작성했다고 오리온 관계자는 전했다.
담 회장 부부가 동양그룹 지원 불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추석연휴 전으로 알려졌다. 이런 입장이 금융감독원에 전해지자 금감원은 발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추석 연휴에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동양증권 특별 점검을 준비했다. 또 담 회장의 심경 변화를 기다렸다. 이 이사장도 이날 담 회장에게 지원 불가를 발표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다시 한 번 당부했다.
담 회장 부부가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오리온의 지배구조가 불안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서다. 동양그룹이 담 회장에게 요청한 것은 동양그룹 계열사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테니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가진 오리온 지분으로 신용 보강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 등 오리온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28.81%. 시장 가치로는 1조6000여억원에 해당한다. 담 회장은 동양그룹을 살리려면 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원에 나섰다가 자칫 잘못되면 오리온의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담 회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잘못되면 오리온이 외국인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담 회장 부부는 가족 문제를 회사 문제와 섞어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물타기’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리온그룹 보도자료는 “오리온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으며 추후에도 지원계획이 없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동양 관계자는 “오리온그룹에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없는데 오리온그룹을 내세운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이어 지원 거절 심경을 토로하는 내용으로 ‘사랑하는 오리온 가족 여러분께 전하는 글’을 사내 인터넷망에 올렸다. 부부는 “동양그룹에서 자금 지원 요청을 받고 불면의 밤을 보내며 어떤 결정이 최선일지 고민했다”며 “추석 내내 아버지의 체취가 담긴 책 ‘동양보다 큰 사람’을 읽으며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식으로서, 동생으로서, 경영자로서 모두를 충족시키는 완벽한 답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슴에 평생 안고 갈 빚이 될 테지만 저희와 오리온그룹은 독립경영을 할 것이며 동양그룹이 요청한 자금 지원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부부는 “혈연 앞에서조차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경영자’라는 이름의 자리가 이번만큼 힘든 적은 정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오리온의 대주주로서, 경영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이번 저희의 결정으로 인한 어떤 비난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글은 이 부회장이 주로 작성했다고 오리온 관계자는 전했다.
담 회장 부부가 동양그룹 지원 불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추석연휴 전으로 알려졌다. 이런 입장이 금융감독원에 전해지자 금감원은 발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추석 연휴에 동양그룹 계열사의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동양증권 특별 점검을 준비했다. 또 담 회장의 심경 변화를 기다렸다. 이 이사장도 이날 담 회장에게 지원 불가를 발표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다시 한 번 당부했다.
담 회장 부부가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오리온의 지배구조가 불안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서다. 동양그룹이 담 회장에게 요청한 것은 동양그룹 계열사가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할 테니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가진 오리온 지분으로 신용 보강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 등 오리온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28.81%. 시장 가치로는 1조6000여억원에 해당한다. 담 회장은 동양그룹을 살리려면 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원에 나섰다가 자칫 잘못되면 오리온의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담 회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잘못되면 오리온이 외국인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담 회장 부부는 가족 문제를 회사 문제와 섞어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물타기’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리온그룹 보도자료는 “오리온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으며 추후에도 지원계획이 없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동양 관계자는 “오리온그룹에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없는데 오리온그룹을 내세운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