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차세대 전투기 사업 재검토 여지 있다
차세대 전투기 60대를 구매하는 공군의 FX 3차 사업이 기종 결정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난 6~8월 실시된 입찰에서 록히드마틴의 F-35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가 ‘비용 초과’로 탈락함에 따라 보잉사의 F-15SE만이 최종심사 대상으로 남아 방위사업청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일까. 글쎄다. 후일 역사는 ‘돈에 맞춰 성능을 정한 비전략적 결정’으로 기록할지도 모른다. 방사청은 ‘8조3000억원 총사업비 한도 내’라고 전제했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하지만, 전제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전투기 선정을 위한 평가기준들을 중요도 순으로 정리해본다면 성능, 기술, 가격 등의 순이며 유지정비, 동맹에 대한 정치적 배려 등이 다음일 것이다. 이 기준들을 놓고 세 기종을 비교해보면 장단점들이 혼재함을 알 수 있다.

F-35는 작전반경과 무장능력에서 다른 기종에 비해 열세이며, 가격이 높고 기술이전에 인색하다. 그럼에도 독자적으로 적의 대공방어망을 뚫고 들어가서 전자광학표적장치(EOTS)와 정밀유도무기(PGM)로 목표들을 타격할 수 있는 최저피탐지(VLO) 스텔스 기능과 전자전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한·미 공군 간 상호운용성이나 동맹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유리하다.

유로파이터는 우수한 공중지배 능력과 근접기동을 자랑하지만, 스텔스 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서방무기와의 호환성에 문제가 없다는 제작사의 말을 그대로 믿더라도 동맹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불리하다. 최대 장점은 상대적으로 후한 기술이전 조건이다. EADS는 60대 중 48대를 한국에서 조립하면서 설계, 항공전자, 무장체계 등의 기술을 이전해줄 수 있다고 했고, 공군이 중급 국산전투기 생산을 위해 별도로 추진 중인 KF-X 사업을 위해서도 핵심기술을 이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비해, 현재 공군의 주력기인 F-15K의 개량형이 될 F-15SE는 무장능력, 속도, 작전반경 등에서 단연 최강이지만, 스텔스 능력이 미흡하고 구형기체에 단발엔진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공군기들은 곧바로 적의 대공방어를 돌파해 전략적 목표물들을 타격해야 하는데, 이는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만큼 막중한 임무다. 또한 공군기는 국지도발 때 도발 원점을 공격해야 하고, 도발자에게는 부지불식 중에 날아와 응징을 가하는 ‘침묵의 암살자’가 돼야 하며, 북한의 핵공격 징후가 확연할 때에는 선제공격에도 나서야 한다. 적어도 이런 것들이 최우선 안보수요라면, 스텔스 기능에 더 많은 가중치가 주어져야 한다. 물론 일단 공중지배를 확보하고 나면 스텔스 능력보다는 무장력이나 공대지 공격력이 더 필요하지만, 공군은 이미 이 용도에 적합한 F-15K를 보유하고 있다. 돈이 부족하다고 해서 ‘북한이 겁내지 않는 무기’ 또는 ‘주변국들이 가볍게 여길 무기’를 구입한다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안보비용을 무는 것이 될 수 있다.

정녕 스텔스기를 구매할 수 없다면, 미래에 발생할 경제적·기술적 편익을 중시해 기술이전에 높은 비중을 주어야 마땅하다. 이런 식으로 안보수요의 우선순위에 따라 전략적으로 가중치를 조정한다면, FX 3차 사업에서의 한국의 선택은 F-35이거나 유로파이터가 될 수도 있다.

자고로 날기도 잘하면서 땅에서도 잘 뛰고 헤엄도 잘 치는 새는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그런 새를 찾다가는 잘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오리’를 택하게 될지도 모른다. F-15SE가 스텔스 기능에서 F-35에 미치지 못하면서 유로파이터와 같은 공중지배 능력을 가지지도 못하고 기술이전이 후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오리’가 될까 두렵다. 예산 문제 때문에 4세대도 5세대도 아닌 4.5세대 전투기를 사야 한다면, 대수를 줄이는 것이 정도가 아닌가 싶다. 지금이라도 평기기준들 간의 가중치를 재조정한 뒤 다시 한 번 종합점수를 매겨보면 어떨까 싶다.

김태우 < 동국대 석좌교수·객원논설위원 defensektw@hanmail.net >